MB의 ‘아바타’가 돼버린 검찰

김용민

김용민 / 시사평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용산참사에 대한 수사기록 공개 명령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최근 무죄 결정에 직면한 검찰이 격정을 토로하고 있다. “정치적 판결을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법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러면 강기갑과 <PD수첩> 모두 유죄로 결론 냈다면, 그건 ‘비정치적 판결’이 되는 건가. 자기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법원도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라는 자문 속에 새로운 의미의 ‘정치적 판결’을 의심할 것이다.
 
법원 판결 흠집내는 검찰의 적반하장

검찰은 스스로의 ‘정치적 기소’를 반성해야 옳다.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실존하는데다 국민적 관심사가 보태졌던 ‘삼성으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의 비위에 대해 조사조차 안했다. 대통령의 사돈 또 대통령 본인의 비자금 의혹도 ‘근거 없다’며 멋대로 뭉갰다. 반면 권력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은 가차없이 죄를 뒤집어씌워 기소했다.

법원 중재대로 세금문제를 조정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배임혐의를 씌운 것, 상당부분 사실로 입증된 내용을 올린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로 몰고 갔던 일은 검찰의 기념비적 과오이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검찰은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기는커녕 ‘정치판결’의 한 예라며 법원을 공격하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 검사들이 이토록 아둔하게 되고 개념마저 상실한 것일까. 아니다. 지난해만도 23.5:1의 경쟁률을 보였던 사법고시의 벽을 넘어 법조계의 일원이 된 검사 개개인의 양식과 사리분별 능력은 허술하지 않다. 날마다 하는 일이 재판인데 이기고 질 것에 대해 무념무상일 리 없다는 말이다.

<PD수첩> 판결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거 봐라, 그게 어디 유죄가 될 성질의 것인가” 이런 얘기가 아주 없었을까 싶다. 지난해 1월 수사를 책임진 주임 검사가 “정부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할 수 없다”며 사실상 양심선언을 하고 사퇴한 걸 보면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가 검찰 조직 내에서 이 검사뿐이었냐는 이야기다.

그들의 분노는 누구를 대리한 것일까

이 상황에 대한 규정을 영화 <아바타>에 빗대고 싶다. 2010년 대한민국 검찰의 영혼과 육체는 ‘아바타’에 불과하다. 이 아바타의 생각과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주체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따라서 지금 법원에 대한 검찰의 분노와 결기는 결국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표출에 다름아니다.

기실 권력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찰 수사권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며 공언하고 실행하지 않는 이상, 저절로 검찰의 ‘경배와 찬양’을 받게 돼 있다. 누구 탓할 것도 없다. 구조 자체가 그러하다. 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받게 돼 있고, 승진과 좌천 등 실질적인 인사 여파를 입게 된다.

검사 출신의 정치인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동아》 2009년 12월호 인터뷰에서 “나는 국회의원 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1988년 총선을 앞두고 법무부장관이 부르더니 ‘여당 후보로 공천됐다’며 출마를 통보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대통령이 결재까지 했는데 검사가 대통령 말에 불복해 장래가 있겠나’라는 말을 하더라”라고 했다. 출마에 불응함으로써 대통령의 영(令)을 거역한 채 검사로 눌러앉아 있어봐야 ‘장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절대 충성할 수밖에 없는 검사의 운명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놀랄 만큼 예민한 검찰의 충성본능

하지만 이런 검사에게 연민의 정을 보낼 수는 없다. 권력 누수현상이 발생할 경우, 그때는 놀랍게도, 그 충성본능이 ‘다음(에 충성할) 권력자’를 향한다는 점이다. 1997년, 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자 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선거자금 수사 착수를 거부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BBK 의혹 규명 요구와 관련해 검찰은 숱한 정황 근거가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취임은커녕 당선조차 되기 전인 ‘다음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상납했다. 검사의 ‘충성’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불온하고 악랄하다.

‘성적 향상을 기하지 못하는 학교 교장은 퇴출하겠다’며 교육계에조차 경쟁과 효율의 원리를 강제하는 이명박정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 마땅한 검사의 신상필벌은 ‘무죄 판결’ 여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잘못된 기소가 많은 검사는 ‘물’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이명박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검사들의 면면을 보자. 대부분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나 주변 친인척의 부정비리 의혹사건 수사를 맡아 무혐의 처리해준 인연이 있거나 권력 핵심의 복심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 담당자들이다.

사법부 길들이기 나선 靑-政-黨-言 ‘4각 연대’

그래서 이런 짐작이 가능하다.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고 카메라 앞에서 격분한 표정을 짓던 검사가 화장실 거울 앞에서 “각하가 보셨겠지?”라며 만면에 그윽한 미소를 추스르는 풍경을.

아까 검사들을 아바타로 비유했다. 그러나 아바타보다는, 주인에게 절대 충성하는 대형 육식공룡새 이크란이 더 어울린다. 참, 이크란은 ‘한 사람’에게만 충성을 하는 본성이 있다지? 그렇다면 나비족 침략의 선봉자 퀴리치 대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영감(靈感)이란 건 전무한 고철덩어리 로봇이 차라리 더 흡사하겠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그런 의미에서, 법원과 이명박정권과의 갈등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영원하고, 이명박정권은 고작 3년 남았다. 그래도 판사들이 시한부 존재에 불과한 이 정권에게 행여 굴복하지 않을까 국민의 걱정이 대단하다. 불패권력 청와대-정부-한나라당-조중동의 4각 연대를 통해 이뤄지는 최근에 사법부 길들이기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법원의 사법정의 의지를 가리는 시험의 성격이 크다. 법원이 권력의 압박에 못 이겨 상식과 원칙 그리고 국민을 배반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검찰이 ‘떡검’으로 불리며 민중의 냉소를 받는 것을 법원은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국민 누구도 ‘떡판(判)’의 등장을 원치 않는다.

2010.1.2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