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과학현장만큼 시끄러운 곳도 없다. 실험기기들이 쏟아내는 온갖 소음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늘 겪는 일상이며 이들은 여느 직장인처럼 수다와 넋두리로 스트레스를 이겨낸다. 평소에 과묵한 이들도 매주 열리는 실험실 회의시간에는 목청 높여 논쟁을 벌이며,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발표되면 이 결과를 의심하는 논평과 반박이 이어지면서 한참 소란스러워진다. 이렇게 과학현장은 기계 소음, 한탄, 수다, 실수, 혼란, 의심과 반박 등이 뒤섞인 채 떠들썩하지만, 현장을 벗어나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 앞에 서면 갑자기 이 모든 소란이 자취를 감추곤 한다. 마치 그런 소란과 소음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 창간호가 나온 『과학잡지 에피』는 바로 이 과학의 소란과 소음들을 되살리려는 시도이다. ‘위, 옆, 바깥, 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유래 접두사 ‘epi’를 잡지 이름으로 내걸고 과학 내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