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梅泉) 황현(黃玹)은 순국을 앞두고 지은 「절명시(絶命詩)」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지식인 되기 어려워라”라고 했듯이, 19세기에 살았던 깐깐한 지식인이요 지사였다. 그를 시인, 문장가 또는 역사가라고도 하지만 시대를 살아온 과정을 더듬어보면 이것이 걸맞은 호칭일 것이다. 그는 선비였으나 부유(腐儒)가 아니었으며, 문벌가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벼슬길에 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한때 서울을 떠돌면서 살았으나 말년에 낙향해 문필에 전념하다가 나라가 완전히 무너지는 꼴을 보고 목숨을 버렸다. 한 친구가 서울 출입을 거부하는 그를 보고 책망하자, “도깨비나 미치광이 짓을 하란 말이냐”라고 대꾸하여 자신의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