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박형진 朴炯珍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 등이 있음. farmer_p@hanmail.net 大寒에 서서 못난 놈 못난 놈아 이 봄동을 보아라 일찍이 포기 차서 단단한 배추는 스스로 부드러운 속을 감싸고 있는 그것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겨울 찬바람에 얼고 썩지만 거름을 못 얻어먹고 늦되어 이파리들을 다 오므리지도 못하는 봄동은 아무리 얼어도 썩지 않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이파리가 얼음장처럼 두꺼워지지 않더냐 그것은 이미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꽃이었던 것을 봄은 알기에 겨울을 밀어낸다 콩밭에 비추거라 달아, 솟아 콩밭에 비추거라 해지면 한 그릇의 보리밥처럼 소쩍새가 울고 낫 잡은 손은 보이지 않으니 이 콩밭은 언제 다 벨까 달아, 솟아 콩밭에 비추거라 풀섶에 내리는 차가운 이슬, 어둠처럼 몸은 지쳐 지쳐 식구들 기다리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