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제17회 창비신인시인상 당선작

 

 

최지은 崔智恩

1986년 서울 출생. choi_ce-@naver.com

 

 

 

가정

 

 

우리는 말이 없다 낳은 사람은 그럴 수 있지

낳은 사람을 낳은 사람도

그럴 수 있지 우리는 동생을 나눠 가진 사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저녁상 앞에서 생각한다

 

죽은 이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한 사람이 완성된다

 

싹이 오른 감자였다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푸른 감자

엄마는 그것으로 된장을 끓이고

우리는 빗소리를 씹으며 감자를 삼키고

 

이 비는 계절을 쉽게 끝내려 한다

 

커튼처럼 출렁이는 바닥

주인을 모르는

손톱을 주웠다

 

나는 몰래 그것을 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