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상 鄭道相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작품집으로 『친구는 멀리 갔어도』 『아메리카 드림』, 장편소설로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 『열애』 『지상의 시간』 등이 있음.

 

 

 

개 잡는 여자

 

 

1

 

새벽 안개 속에는 피 냄새가 고여 있었다.

산들바람에도 이리저리 흩어지는 옅은 안개 속에서 새벽 모란시장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지겟작대기처럼 생긴 외줄기 전조등 불빛이 안개를 헤치며 모란시장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전조등을 켜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듯이 다가오는 자동차는 2.5톤 트럭이었다.

외줄기 불빛이 골목 양켠에 다닥다닥 달린 건강원 간판들을 스쳤다. 이윽고 트럭은 장수건강원 앞에 멈췄다. 트럭의 왼쪽 전조등은 깨지고, 깨진 틈새엔 황토가 말라붙어 있었다. 시동이 꺼지고 애꾸 전조등도 눈을 감았다. 운전사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내리더니 거침없이 장수건강원으로 들어갔다. 개골목은 다시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짧은 정적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안개 저편에서 불규칙한 엔진 폭발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 네모난 노란색 플라스틱상자를 짐칸에 올려놓은 오토바이가 트럭의 왼쪽에 멈췄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내가 헬멧을 벗고 장수건강원 안을 기웃거렸다. 건강원 안으로 들어선 사내의 머리는 헬멧만큼이나 반짝거렸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사내가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이자 반들거리는 정수리 위에 다섯 가닥의 머리카락이 습기에 젖어 착 감긴 게 보였다.

“예, 어서 오세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미자는 트럭운전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대머리 사내를 향해 손을 들었다 내렸다. 문 옆에서 압력탕기를 씻던 노랑머리 총각이 대머리 사내한테 입으로만 인사했다. 대머리 사내는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뒤에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는 길쯤한 막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면, 음, 아저씨는 뒷마당에 차를 대세요. 김군아, 아저씨한테 길 좀 알려드려라.”

첫인상이 약간은 더러워 보이는 트럭운전사가 노랑머리 김군을 따라 나가자마자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은 노인이 들어왔다. 노인을 본 대머리 사내는 얼른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뽑아 등뒤로 감추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른.”

“요새 자주 보네.”

“겨우 이틀에 한번인데요 뭐.”

“작년 여름에 비할까?”

“아이구 말도 마세요. 전쟁통에 피란 열차 탄 기분이었으니까요.”

대머리 사내가 너스레를 떨자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봐.”

노인은 대머리 사내의 등을 두드린 뒤, 가게 안쪽에 있는 녹슨 철제책상 옆의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에 앉았다. 주름이 두 줄로 겹쳐진데다가 군데군데 기름때까지 묻은 감색 바지를 입은 흰머리의 노인은 바지 주머니에서 명함 비슷한 뭔가를 꺼내 손에 쥐더니 엉성한 조각의 돌부처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미자는 입을 삐죽거렸다. 아버지를 보니 날마다 돈통에서 돈이 조금씩 사라지는 게 생각났다. 김군 아니면 아버지가 범인이었다. 오늘은 꼭 범인을 잡으리라고 미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사장님, 나와보세요.”

뒷마당에서 노랑머리 김군이 큰 소리로 미자를 불렀다.

“갑시다, 사장님.”

미자는 동부이촌동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대머리 사내와 함께 뒷마당으로 나갔다. 김군이 미자의 손에 랜턴을 건넸다. 미자는 랜턴을 켠 뒤 트럭에 실린 개철망을 들여다보았다. 미자 옆에는 대머리 사내가 바싹 붙어 있었다. 철망 속에 갇힌 개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철망 속에는 고양이보다 조금 큰 발바리에서 송아지만큼이나 큰 셰퍼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담겨 있었다. 환한 랜턴 불빛에 비친 녀석들의 눈동자에는 짙은 안개가 끼여 있었다. 녀석들은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놈들이 별로 없었다. 맛은 역시 똥개가 최고인데, 오늘은 물건이 변변치 않았다. 아버지는 가게 안쪽에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에 무심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새벽인데도 바람 한점이 없었다. 오늘 하루도 머리에서 연기가 풀풀 나도록 뜨거울 징조였다. 날씨가 더워지자 개 잡는 횟수도 늘어났다. 동부이촌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대머리 사내가 한 마리를 찍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던 놈이었는데, 장사꾼의 눈빛은 역시 달랐다. 미자가 긴 쇠집게로 놈의 배를 살짝 건드리자 송곳니를 곧추세우며 으르렁거렸다. 눈빛도 다른 놈과 달리 살아있었다. 한눈에 봐도 육질이 쫄깃해 보였다. 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세 망만 주세요.”

미자는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뒤를 따르던 업자한테 다섯 마리씩 갇혀 있는 철망 세 개를 가리켰다. 되도록 누렁이가 많이 담긴 철망들로 골랐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업자들과의 묵계 때문에 한 마리씩 고를 수는 없었다. 오늘 물건은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누렁이를 사거나 훔친 것들이었다. 개 사육장에서 올라온 누렁이들은 때깔은 번들번들했지만 맛은 그저 그랬다. 개집에 가두고 사료만 먹이며 키운 누렁이와 마을 고샅길을 누비면서 애들 똥이나 음식찌꺼기를 찾아 먹고 스스로 큰 누렁이는 육질이 달랐다. 아무리 살집이 퉁퉁해도 개집에 갇혀 암캐 엉덩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육장 놈들과 덩치도 작고 살집은 빈약하지만 새벽마다 안개 낀 고샅길에서 흘레를 붙었던 놈을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새벽에 나와 눈으로 개를 확인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미자는 대머리 사내가 찍은 누렁이를 향해 철망 사이로 올가미를 집어넣었다. 누렁이가 머리를 흔들어 피했지만 미자는 정확하게 올가미를 씌웠다. 올가미를 씌우자마자 줄을 확 잡아당겼다. 누렁이가 앞발로 버텼다.

“그래봤자 너만 손해야.”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자는 흠칫 놀랐다. 3년 전 남편이 했던 그 말이 올가미가 되어 미자의 몸에 감겼다. 미자는 올가미 줄을 손목에 한번 더 감았다. 소름이 쫙 끼쳤다. 남편은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 이 말을 되풀이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와 미자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미자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남편은 이미 다른 여자한테서 아이를 얻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남편은 날마다 이혼을 요구했다. 손목에서 맥이 스르르 풀렸다. 이혼…… 절대 해줄 수 없었다. 미자는 손아귀에 힘을 모아 줄을 사납게 당겼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긴장이 풀렸던 누렁이가 철망 문 앞에 대가리를 처박았다. 미자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며 줄을 확 당겨 누렁이의 목을 졸랐다. 누렁이의 눈에서 파란 인광이 튀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미자의 외꺼풀 눈동자 속에 누렁이가 사지를 버둥거리는 게 비쳤다. 로션만 바른 맨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누렁이가 심하게 요동을 칠 때마다 콧등을 살짝살짝 찡그렸다. 거리를 걷거나 은행에 앉아 있을 때는 남자들이 한번 더 눈길을 던질 정도로 다소곳하고 예뻤지만 건강원에만 들어서면 선머슴처럼 거칠어졌다. 팔뚝이 조금 굵은 것이 옥의 티처럼 흠이었으나, 서른다섯의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건강원에 개를 사러 온 손님들은 개보다는 미자한테 더 관심을 보이곤 했다. 남자들의 느끼하고 음흉한 시선을 받을 때마다 미자는 더욱 사납게 개를 죽였고 칼질을 해댔다.

징그러워. 니 눈에서 살기가 느껴져. 돈을 원해? 나, 돈은 별로 없어. 하지만 최선을 다해볼 테니까, 얼마면 되는지 말해. 제발 도장 좀 찍어줘, 제발.

남편은 화투짝을 내던지듯 미자의 무릎 앞에다 말을 툭툭 던졌다. 미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식어버린 사랑을 되돌리고 싶지도, 결혼생활을 계속할 마음도 없었지만 남편의 요구대로 도장을 찍어주긴 싫었다. 철망 안에서 개가 버르적거렸다. 올가미는 점점 더 깊이 누렁이의 목을 조였다. 올가미가 목을 더욱 조이자 사지를 버둥거리는 누렁이의 눈동자가 파랗게 변했다. 미자는 고개를 돌려 누렁이가 내쏘는 인광을 외면했다. 누렁이가 발톱을 세워 바닥을 긁는 소리가 가시처럼 귀에 박혔다. 미자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더욱 강하게 줄을 당겼다. 누렁이의 입이 열리며 혀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누렁이의 진저리는 길고 질겼다. 미자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올가미를 조금 더 세게 당기자 누렁이의 마지막 진저리가 손목을 타고 올라와 가슴으로 전해졌다. 진저리가 끝나자 손목에 연결된 줄에서 탄력이 사라졌다.

“이 놈만 할 거유?”

미자는 손목에서 줄을 풀면서 거친 쇳소리로 대머리 사내한테 물었다.

“저기 저 놈, 발바리로 합시다.”

“이거 좀 잡아요.”

미자는 누렁이의 항문이 열리며 똥이 나오자 올가미 줄을 대머리 사내한테 넘기고 발바리의 목에 다른 올가미를 걸었다. 발바리는 누렁이에 비하면 허깨비였다. 이빨을 드러내놓고 덤비기는커녕 깨갱 깨갱 두번 비명을 지르더니 곧 똥을 싸고 뻗었다. 익숙한 솜씨로 죽은 누렁이와 발바리를 마당에 끌어낸 미자는 야구방망이를 집어들었다. 방망이질을 해야 근육이 풀려 고기맛이 좋아지는 법이었다. 몽둥이질을 끝낸 미자는 발바리를 기둥에 매달아 털을 태웠다. 노리치근한 냄새가 착 가라앉은 새벽 공기 속에 퍼졌다. 털을 태우고 보니 발바리는 예상대로 작았다. 무딘 칼을 집어들고 발바리의 배를 긁어내렸다. 칼이 지나간 자국마다 뱃가죽이 희끗희끗 나타났다. 문득 손이 가늘게 떨렸다. 동이 트기도 전, 새들이 하나 둘 깨어나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두 마리의 개를 죽였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개를 죽여야 하는 것인지……

손에서 칼이 툭 떨어졌다. 이대로 칼을 두고 가게를 나가 영원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작은 새가 되어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닌다면…… 팔자가 이보다 더 사나울 수는 없었다. 팔자라고 하기엔 억울했고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개고기를 배달하던 어머니가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로 모셔가니 뇌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어머니는 중환자실에서 한달간 버티다 끝내 눈을 감았고 아버지 혼자 건강원을 꾸려나가야 했다. 아버지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는 게 너무 안쓰러워 남편과 상의를 한 뒤에 미자는 모란시장으로 나갔다. 아버지의 일을 도운 지 석달쯤 지났을까,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와 함께 아파트에서 놀다가 베란다 아래로 떨어져 작은 새가 되었다.

저리 가.

아들의 뼈를 남한산성에 뿌리고 돌아와 간신히 숨만 이어가던 어느 밤에 남편이 벽 쪽으로 돌아누우며 말했다. 남편의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다. 미자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오래 울었다. 가슴에 묻은 아들은 밤이면 밤마다 미자를 찾아와 함께 놀자며 떼를 썼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떠돌고 싶지 않아서 미자는 가게 일에 열중했다.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도록 일을 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잠시 손을 멈추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이 머릿속으로 밀고들어왔다. 그렇게 가게에서 하루를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아파트로 돌아오면 남편은 불꺼진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죄책감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후우, 개 냄새.

그렇게 살던 어느 밤,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리며 구박을 하던 남편이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남편이 던진 말의 비수가 미자의 가슴에 깊숙하게 박혀 부르르 떨었다.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미자는 남편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가게에서 돌아오면 향이 좋은 물비누로 몸을 빠득빠득 씻었지만 남편은 미자 쪽으로 돌아눕지 않았다. 남편은 자주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미자는 거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날이 훤히 새도록 남편의 귀가를 기다렸다.

아버지가 가게에서 나와 우두커니 서서 미자의 손놀림을 보고 있었다.

“얘야, 누렁이가 꿈틀거린다.”

아버지가 나직하게 말했다. 돌아보니 죽은 줄 알았던 누렁이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몸을 떨고 있었다. 미자는 야구방망이로 누렁이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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