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거리 홈리스들이 살아낸 팬데믹 첫해

 

 

최현숙 崔賢淑

구술생애사 작가. 저서 『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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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는 11월 초는 거리 홈리스들에게 단풍과 추수의 시절이 아닌 이미 겨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처음 맞는 겨울을 앞두고 2020년 코로나19 첫해 거리 홈리스들의 삶을 되짚어본다.

 

 

집에 머무르라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하루 한두명에 불과하던 확진자 증가세는, 2월 17일 오전 9시 기준 누적 30명으로 여전히 소강상태였다.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임이 밝혀지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한국도 코로나19 팬데믹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상식이 되었고, ‘거리두기’와 ‘집에 머무르라’는 방역지침은 계엄령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엄중했지만 그만큼 시국은 흉흉했다. 그 김에 집에서 ‘언택트’를 즐기며 푸욱 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러라고 하자. 집이라는 게 대체 뭔지, 머문다는 건 또 어떻게 하는 건지, 감염 예방 이외의 생활은 어쩌라는 건지 도무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집에 머무는 것이 해고나 소득 단절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사람들, 애초에 집이 없는 사람들, 거리두기 2미터면 당장 생존이 불가능한 사람들, ‘2미터’ 소리에 자신의 노동과 존재가 조롱당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좁든 넓든 함께 머무는 게 오히려 감염경로가 되어버리는 집과 가족 문제도 있었다. 무지 혼란스러웠지만 맞고 틀리고를 떠나 방역당국은 하여튼 집에 머무르라는 엄명을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팬데믹 혼돈의 초기였던 2월 25일 수원의 한 노숙인자활시설에서는 이용자들 중 일부를 ‘집’에서 쫓아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방역을 위해 집에 머무르라!”라는 정부의 지침과는 정반대로, “방역을 위해 집에서 나가라!”라는 것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관련 노숙인 인권운동 진영의 대응은 수원 노숙인자활시설에 대한 항의로 시작되었다. 시설 측 요구의 핵심은 외부로 일하러 다니는 이용자는 시설에서 나가라는 것이었는데, 이 사건은 노숙인에게 집(주거)과 일(노동)이 무엇인지, 감염병에 관계없이 공(公)이 노숙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한 상징적 사건이라 여겨진다. 노숙인자활시설은 시설의 어떠함은 별도로 치고 입소한 사람들에게는 당분간의 집이다. 시설에서 잠자며 바깥으로 일하러 나가 돈을 모아서 노숙을 ‘극복’하고 자활을 하라는 것이 자활시설의 목적이다. 그런데 시설 측 조처는 시설에 머무르려면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고, 일을 계속하려면 시설에서 나가 노숙을 하거나 없는 돈을 털어 하루하루 잠잘 곳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다 털리고 가장 허술한 주거와 가장 싼 일자리에 매달려 더 무너지지 않으려고 혹은 다시 붙들고 일어나보려고 하는 시설 홈리스들에게, 남은 두가지 중 무엇을 마저 포기할지를 결정하라는 요구였다. 이 사건이 상징하듯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2020년 내내 ‘집에 머무르라’는 정부의 일관된 대국민 방역지침 속에서, 거리 홈리스들은 방역을 빌미로 더 야멸차게 쫓겨나고 털리고 흩어졌다. 물론 살아 있는 한 이들은 다시 모이거나 돌아와야 한다.

5월 6일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민원과 방역 강화를 이유로 심야시간에 부산역 대합실을 폐쇄했고,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이 조치를 영구히 하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기회 삼아 ‘홈리스 퇴거’라는 오랜 염원을 날치기 자행한 셈이다. 같은 달 용산역 인근 노숙 텐트촌의 출입구가 널빤지와 철판으로 막혔다. 서울교통공사와 철도공사, 서울시와 중구청과 용산구청은 지하철과 역사 안팎 곳곳에 전에 없던 출입금지 구획선을 치고, 엉덩이 붙일 곳들에 철제 공사를 하거나 화단을 만들고, 의자를 없애거나 필요도 없는 설치물을 두어 홈리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2011년부터 고객 편의와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노숙인들이 역사 안에서 야간에 잠자는 행위를 금지하는 ‘강제퇴거조치’를 발표했다. 철로도 승강장도 아닌 역사 안에 사람이 머무는 것이 철도안전과 대체 무슨 상관인가? 특히 2000년 5월부터 서울종합민자(민간자본)역사 사업이 진행되면서 ‘잠자는 행위 금지’를 넘어 밤낮없이 수시로 홈리스들을 역사에서 쫓아내더니, 코로나19를 맞아서는 비말이 튄다며 인권활동가들과의 대화마저 제지하는 일이 늘고 있다.

“역 근처에 앉아서 쉬거나 졸기도 했는데, 다 못하게 해요. 앉지도 말고 집에 가래요. 서울시민청에 있던 사람들은 바깥으로 쫓겨났고, 탑골공원이 폐쇄됐고, 종로의 지하철역들에 노숙이 안 되니까 사람들이 원각사나 공원 주변으로 밀려났어요. 화가 나요. 자꾸만 집에 가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데가 집인데……”1 홈리스행동 아랫마을야학 학생회장이자 인권지킴이 활동가 로즈마리(여성, 64세)의 말이다. 거리 노숙의 위험을 피해 여성 노숙인들이 일이천원을 내고 하룻밤을 쭈그려 눕던 피씨방과 만화방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고, 형편이 나을 때 모처럼 가던 찜질방도 문을 닫거나 허름한 차림이면 출입을 금지당했으며, 야밤에 가서 잠자고 씻던 공중화장실이나 개방형 화장실들이 폐쇄되거나 단속이 강화되었다. 얼마 전 11월 6일 오전엔 서울역광장 한쪽 노숙인들이 모여 살던 터를 공무원들과 역무원들이 또 밀고 들어와 사람들을 쫓아내고 일부 살림살이를 쓸어갔다. 전부터 때론 계고장도 없이 쓰레기차와 물차를 동원해 하던 공무집행이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다. 구역을 나눠 인권지킴이 아웃리치를 하는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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