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게임이 이야기하는 전쟁

 

 

박상우 朴商友

게임평론가. sugy@madordead.com

 

 

전쟁은 현실의 무게를 느껴 보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가 된다. 전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열렬히 그 참혹함을 말하지만,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다리가 잘린 어린아이와 지붕도 벽도 없어진 집이 현장에서 도려내어져 긴 이야기의 적당한 구역에 배치된다. 전쟁은, 이웃한 사건들과 인과적 관계를 맺고 내러티브의 앞과 뒤에 덧붙여진 의미에 종속된다. 경험되기보다는 줄줄이 늘어선 내러티브 속에서의 의미로만 이해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러티브에 대한 믿음에 사로잡힌 게 먼저인지, 모든 미디어가 가장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달리기 시작한 게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경험의 무게가 크면 클수록 이야기의 유혹 역시 커지고 전쟁 이야기에 열 올리는 미디어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걸프전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건 물론 CNN이었다.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는 ‘알자지라’가 CNN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신출내기 미디어가 등장했다. 더 매력적이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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