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3대 위기를 넘어, 3대위기론을 넘어

 

경제위기를 넘어 민생위기 해결로

 

 

전병유 田炳裕

한신대 평화공공성쎈터 부소장. 저서로 『통합적 사회정책 대안 연구』(공저)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역사와 위기』(공저) 등이 있음. bycheon@hs.ac.kr

 

 

1. 경제위기의 현주소

 

구복지루 구지부득(口腹之累 求之不得). 먹고살기 어렵고, 아무리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한다.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과 구직자들이 2009년을 결산하며 뽑은 사자성어다.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를 의미하는 민생(民生)이 그만큼 어렵다는 신호다. 한편 지난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이익과 사상 최고의 주가를 경신했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7%까지 높아진 한해였지만,1 중소협력업체들은 20%가 넘는 영업이익률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거의 막장까지 갈 듯했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2009년은 2차대전 후 세계경제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해였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대이고 한국경제도 4~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구전략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취해야 하는가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OECD나 IMF는 한국경제가 과감한 유동성공급과 재정투입으로 경제를 수렁에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한다.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한국의 경제개발 및 위기극복 모델’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세계금융위기에 대해 이명박정부는 대규모 유동성공급과 재정투입이라는 위기대응 전략을 펴는 한편, 감세와 규제완화, 민영화, 법질서 확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MB노믹스(MBnomics)에서 친서민 중도실용노선으로 전환했다. 전자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한국의 재정투입은 GDP 대비 3.7%로 OECD 평균 2%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이루어졌다. 2%대의 낮은 금리는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재정의 거의 3분의 2를 상반기에 집행했고 그것을 하루 단위로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료의 표현에 따르면, 공무원 생활 20년에 이렇게 원없이 돈을 써본 적이 없을 정도라 한다. 그동안의 내수결핍 경제에 일시적이나마 대규모의 재정투입이 큰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친서민 중도실용노선은 실체가 없는 정치적 수사이고 말과 정책이 다른 거짓말 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자 감세와 대형 토목공사, 복지의 제도화 거부, 수도권 중심주의 등은 친서민 중도실용노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분적인 전환은 있었다. 한시적·임시적이지만 대규모의 재정투입 중 일정 부분은 서민의 호주머니를 채워주었다. 많은 문제가 있고 허울뿐일 수 있겠으나 어쨌든 학원시간 규제와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교육문제를 정책의제로 설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민생’은 여전히 어렵고 고달프다. 한국경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위기를 겪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남았다. 위기를 거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고 서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다. 민생의 위기는 민주정부 10년간 직면했던 위기가 악화되는 형태다. 이명박정부는 양극화에 따른 박탈감의 분출을 몇푼의 쌈짓돈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사회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민생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2. 경기회복의 한계와 문제

 

세계경제위기가 끝나 한국경제가 이제 거품을 막기 위해서는 출구전략을 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재정투입도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위기탈출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듯하다.

우선 세계경제의 회복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 정부는 빠른 경기회복세를 전제로 2010년 성장률 5%에 일자리 20만개 증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각각 4.2%, 11.0% 증가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주변환경은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우 여전히 가계차입이 줄고 저축이 늘고 있다. ‘부채에 기초한 소비’가 쉽게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2009년의 내수확대정책을 접고 이미 긴축정책으로 방향선회중이다. 원화는 평가절상될 것이고 대기업이 누리던 수출프리미엄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압박으로 소비가 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저유가 기조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2009년은 다행히 빠른 경기회복이 가능했지만, 2010년 세계경제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그간 정부 재정투자로 가능했던 경기회복이 지속가능한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재정투입에 의존한 경기회복정책이 댓가 없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정악화의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재정수지 적자는 관리대상수지 기준(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같은 기금을 제외한 재정수지)으로 2009년에 51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 비율로 외환위기 직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올해도 재정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적자성 채무는 2007년 127조원 수준에서 2010년 168조원, 2011년 228조원, 2012년에는 247조원으로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4대강사업 같은 비합리적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결과다.

재정적자로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아직은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지만, 최근 들어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고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진다. 물론 재정의 규모나 적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부재정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관리한다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변화 및 통일의 전망이 불확실하고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분명해진 상황에서, 세입과 세출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 없이 응급처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할 경우 일본처럼 국가채무의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경기회복이 서민의 실감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제는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없는 경기회복’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이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경제양극

  1. 유럽 차 전체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