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부터 불과 몇해 전까지 간호학, 교육학에서 회계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 특히 사회과학 대학원 과정의 학생들 대부분이 토머스 쿤(Tho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었다. 한 분야 이론들의 부침을 살피고 나아가 새 이론을 개진하는 등의 연구활동에서 쿤의 패러다임 개념 또는 이론들 사이의 공약 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 개념이 매우 유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 자체의 의미나 그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있는 자연과학자들은 쿤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카를 포퍼(Karl Popper)의 반증주의(反證主義)에 훨씬 더 친밀감을 느낀다. 경험을 통해 반증될 수 없는 명제는 과학이 될 수 없다는 포퍼의 지적은 자연과학 지식이 다른 분야와 달리‘과학적’일 수 있는 이유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듯 여겨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