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교육개혁, 무엇이 잘못되었나

 

 

이정우 李廷雨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저서로 『소득분배론』 『세계의 노동자 경영참가』(공저) 등이 있음. joulee@knu.ac.kr

 

 

✽이 글의 초고를 읽고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김균·김민남·김장호·도정일·이종오·최원식·최장집 선생에게 감사한다. 이 글에서 남은 오류는 전적으로 필자의 것이다.

 

 

또 한차례의 수능시험이 있었고, 온세상이 대학입시로 난리를 겪었다. 텔레비전 뉴스의 단골메뉴는 대학입시였다. 신문의 여러 면이 수능시험 문제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말고 또 있을까? 늘 그랬듯이 수능시험 아침에 또 몇명의 학생이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 교육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교육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며 평생을 살아간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화’가 강조되고, ‘지식기반사회’의 도래가 점쳐지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20년 전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의 학교현실은 낙후되어 있다. 학교의 건물과 시설뿐만 아니라 그 기관을 움직이는 사람과 쏘프트웨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교육에 관한 한 우리의 장래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답답함, 걱정, 분노, 이런 것이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갖는 느낌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민가고 싶다는 사람이 대단히 많은데, 그 이유로는 한심한 정치와 더불어 끔직한 교육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 글은 한국의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평소에 관찰하고 생각한 것을 정리해본 것이다. 필자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교육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경제학자들이 망쳤고, 한국교육은 교육학자들이 망쳤다”고 하는 속설에 용기를 얻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는 데는 필자의 학교생활과 지난 4년간 학교운영위원 경험, 그리고 주위에서 보거나 들은 이야기 등이 바탕이 되었다.

 

 

1. 교육개혁의 끊임없는 실패

 

최근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이 교육개혁에 한창이지만 아마 한국만큼 열심히 교육개혁을 해온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위원회가 설치되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1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김영삼정부에서는 ‘교육개혁위원회’가 있었고, 현정부에서도 ‘새교육공동체위원회’라는 멋진 이름의 위원회가 있었는데, 그것도 부족했던지 ‘교육 및 인적자원위원회’라는 새로운 위원회가 출범했다.

한국의 교육개혁은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는 것과 거의 동의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입시제도 바꾸기에 매달려왔다. 다음의 표에서 보듯이 해방 후 지금까지 대학입시제도는 큰 틀만 해서 열두 가지나 시험해보았으니, 하나의 제도가 평균 5년도 못 간 셈이다. 대한민국은 입시의 시험무대요, 학생은 실험대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제도를 이처럼 자주 바꾼 것은 짐작컨대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입시지옥’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 충정이야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어왔으나 기이하게도 개선되기는커녕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자료 윤정일외 『한국교육정책의 탐구』, 교육과학사 1996, 274면.

자료 윤정일외 『한국교육정책의 탐구』, 교육과학사 1996, 274면.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증거는 충분히 많다. 첫째, 학생들의 고통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입시지옥이라고 해도 일부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겪는 고생 정도였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러 해에 걸쳐 일상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시달리는 참상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한국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측정한다면 그것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일 것이다.

둘째, 과외비 지출이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과외를 망국병으로 지목하여 법으로 금지했던 전두환정권 시기에 과외가 엄청나게 많았으려니 짐작하기 쉽지만 사실은 지금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과외가 이른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불법화된 1980년 7월 이전에 과외를 받고 있던 학생은 초등학생이 13%, 중학생이 15%, 고등학생이 26%로 조사되었고, 1년 과외비 총액이 3275억원이었다.2 그러나 그후 교육개혁을 거듭하고 난 1999년 12월 교육부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70%, 인문계 고등학생의 55.5%가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2000.4.28). 학생 1인당 연평균 86만 5000원, 가구당 192만 5000원을 과외비로 썼다. 추계방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과외비 총액은 연 7〜12조원으로 추산됨으로써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1980년에 비해 놀랄 만큼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추계에 의하면 1982년에 GDP의 0.4% 수준이던 과외비가 1998년에는 2.9%로 높아졌다.3 실제로 한국의 과외비 수준은 세계적으로 과외로 악명 높은 일본의 3〜4배에 달한다(『문화일보』 2000.2.18).

지금도 매년 각 대학에서는 연례행사처럼 입시제도를 바꾸고 있고, 한 해가 멀다 하고 제도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번잡과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입시제도가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학벌이 인생을 좌우하는 이른바 학력사회(credential society)에서는 일류대학에 대한 만성적 초과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초과수요 자체를 감소시키는 정책(예컨대 학력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축소 등)이 있기 전에는 아무리 입시제도를 갖고 씨름을 하더라도 입시지옥을 해결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유럽에서는 대학 입학이 쉽고, 등록금도 무료인데다가 그것도 부족해서 국가에서 학비를 보조해주는 나라도 많다. 이런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구태여 대학에 가려 하지 않고 각자 가고 싶은 진로를 선택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구조가 우리나라와 같은 학력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입시제도 위주의 교육개혁이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한 것은 정책선택이나 정책운용상의 실패라기보다 근원적 발상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즉, 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과욕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듭된 교육개혁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학생·학부모를 갈수록 더 혼란에 빠뜨리고 괴롭히며, 국가의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2. 현 정부의 오류

 

현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 실패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 가도록 한다는 이른바 ‘무시험 입학’ 정책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여전히 내신성적에 매달려야 하며 수능시험도 여전히 치러야 하는데, 이게 어찌 무시험인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한 줄을 세우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여러 개의 문을 열어 대학에 입학시키겠다는 정책은 듣기에는 그럴듯하나 이미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고, 부모의 과외비 지출도 줄여보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생들은 수행평가 때문에 쉴새없이 들볶이고, 한문·컴퓨터 등 자격증 따기, TOEIC과 TOEFL 시험, 논술·수학·과학·영어 경시대회 등 각종 대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 신종 과외가 번창하니 부모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게 생겼다.

온갖 시험과 자격증에 덧붙여 학교공부는 그것대로 여전히 잘해야 한다. 그러니 공부만 잘하면 대학 가는 시대는 끝났다는 듯한 정부의 선전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실제로는 부담이 2중, 3중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한 줄로 세우는 것

  1.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역사에 대해서는 김인회 외 『교육개혁의 종합평가와 새 정부의 과제』, 한국교총 1997; 강만철 외 『한국교육의 이해』, 교육과학사 1999, 제10장 참조.
  2. 김영철 외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과열과외 해소대책』, 한국교육개발원 1981, 23〜29면.
  3. 이주호 「학교교육의 경제분석과 정책개혁」, 미발표원고, 2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