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경숙 申京淑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198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장편 『외딴방』 『바이올렛』 등이 있음.

 

 

 

그가 지금 풀숲에서

 

 

그는 한순간 눈을 번쩍 떴다.

눈꺼풀이 달라붙어 있어 뜨려다가 감기를 서너 번 반복한 다음이었다. 강렬한 빛이 눈을 찔러 그는 겨우 뜬 눈을 다시 감았다. 자꾸만 눈을 찔러대는 것이 태양만이 아니라 얼굴을 덮고 있는 가시 돋친 풀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덮고 있는 것을 걷어내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팔꿈치가 으스러지기라도 했는지 고통 때문에 팔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팔꿈치만이 아니었다. 목을 움직일 수도 등을 일으켜세울 수도 없었다. 몸이 반토막 날 것 같은 통증이 그의 전신을 관통했을 때 그는 다시 정신을 놓아버렸다.

어떻게 할 거냐? 어머니가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무엇을 두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지를 몰라 빤히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두달 후면 내 생일이잖느냐. 아, 네. 그는 순간 아차 했다. 아, 네,라니. 번번이 당하고도 또 아,네, 하고 말다니. 그러잖아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고쳐 말하려는 순간 이미 어머니는 쌀쌀하게 등을 보이고 돌아앉았다. 어머니의 등은 나는 태희가 한살 때 혼자가 되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는 그때 겨우 네살이었다, 느희 남매를 기르느라 택시운전을 하느라 내 등골은 휘어졌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생신 무렵이 되면, 두달이나 남겨놓은 때를 무렵이라고 표현해도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어달 전에 벌써 당신 생일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오곤 했다. 그나 태희나 아내가 먼저 어머니 생신이 곧 다가오는데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라고 물을 겨를을 어머니는 주지 않았다. 보름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고 두달 전에 벌써 어머니 생신을 챙기기에는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아내는 아내대로, 태희는 태희대로, 그는 그대로. 그런데 야릇한 일이다. 이번에는 두달 후의 생일을 미리 챙기고 있는 어머니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런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 생일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 말이 없다고 나무라는 어머니의 노한 목소리조차 정겹게 들려 정말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서운한 게 있으면 숨기질 못하는 어머니는 아내가 조금만 토를 달아도 아들인 그의 마음이 상하든지 말든지 냉랭한 얼굴로 혼자 사는 태희에게로 가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시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느라 애를 먹곤 했다. 어머니는 여동생 태희와 그가 우애가 좋은 꼴도 보지 못했다. 어쩌다 그가 태희와 전화통화라도 길게 하면 당신만 빼고 저희들끼리 속닥거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런 일이 빈번하다 싶으면 어머니는 그에게는 태희의 흉을, 태희에게는 그의 흉을 늘어놓았다. 그가 태희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하지 않듯이 태희 또한 어머니의 말을 그에게 옮기지 않았다. 그러나 맞장구를 쳐주지 않으면 흉보는 내용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어머니 말대로라면 태희나 그는 천하에 몹쓸 인간도 그런 인간이 없을 것이었다. 행여 어머니가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그들은 분주해졌다. 어머니는 병원 한군데쯤 가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없었다. 관절이 아프면 관절을 잘 고친다는 병원은 죄다 다녀봐야 직성이 풀렸다. 한번은 발등을 다쳤는데 치료를 마치고도 발등을 보호한다고 붕대로 감아두어 나중에 붕대를 풀어보니 그 자리가 하얗게 자국이 남기도 했다. 그나 태희나 아내가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따로 할 일이 없을 지경으로 어머니는 스스로 당신 몸을 챙겼다. 사실 그것이 몸을 돌보지 않아 뒤늦게 놀라는 것보다 낫기는 했다. 어머니는 택시운전을 그만둔 뒤로 맛있는 것은 죄다 먹어봐야 하고 가보고 싶은 데는 죄다 가봐야 하고 좋은 옷이 있으면 죄다 사입어야 하는 분으로 변했다.

그는 간신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생각했다.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처럼 건강을 챙기던 어머니가 위암으로 이세상을 떠난 지가 벌써 삼년째인데 목소리가 이렇게 생생하게 들리다니. 그는 그만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는 가물가물거리는 실낱같은 의식을 붙잡고 늪속 같은 저편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엔 슬며시 눈을 떠봤다. 팔이 부러졌거나 으깨져 손을 들어올릴 수가 없다는 걸 스스로에게 인식시켰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여러번 좌우로 흔들어서 얼굴을 덮고 있는 풀인지 넝쿨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구절초 가시가 그의 광대뼈를 긁어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잣나무인가.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허공의 나무가 흔들리며 눈앞을 어지럽혔다. 손바닥을 뻗어 힘을 주어 쥐었을 때 마른 흙이 만져지고 풀이 쥐어졌다. 계속 눈을 뜨고 있는 일조차 힘에 겨워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하는 동안 그의 눈 속으로 나무들이 쏟아져들어왔다가 달아나곤 했다. 여기는,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소리가 바로 귀에 잡히는 여기는, 전신을 훑어대는 통증과는 상관없이 저렇게 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여기는 어디인가. 그의 주변에는 산쑥이며 참취 도깨비바늘 들이 노랗거나 하얀 꽃을 피운 채 흩어져 있다. 나뭇잎과 넝쿨 들도 사방으로 퍼져 있다. 그는 왜 자신이 이 풀숲에 버려져 있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가물가물거리는 의식을 놓쳤다가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그 소음과 진동에 의해 겨우 다시 정신차리기를 반복하던 그는 어느 순간 마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좌절을 느꼈다. 제천으로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다가 문득 시간당 주행속도를 가리키는 바늘이 120킬로미터에 가 있는 걸 보고 스스로 여기는 국도인데 싶어 속도를 줄였던 기억. 위험을 느끼며 자동차의 속도를 급히 줄일 때 그의 몸이 핸들 가까이로 쏠렸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그가 장모의 전화를 받은 건 일주일 전이었다. 장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원망했다. 사람을 그리 보지 않았는데 냉정함이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 그가 아내가 머물고 있는 제천에 근 육개월 동안 발걸음을 하지 않아 하는 말이었다. “그래, 이대로 헤어질 텐가?” 장모가 물었다. 그가 침묵을 지키자 장모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내가 그와 헤어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결말을 내든 내려와서 아내의 속마음을 들어보라고 했다. 속마음이라는 장모의 표현에 그는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는 그에게 털어놓을 속마음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는 아내에게 아무런 속마음도 없었다. 아내는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지 상대를 눌러가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는 다음주에는 꼭 제천에 가보겠다고 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서 아내가 헤어지기를 원한다는 장모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헤어지기를 원한다고? 그것이 아내의 속마음일까. 그는 느닷없이 아내의 왼손에 뺨을 얻어맞았을 때처럼 분노가 치밀었다. 마치 아내가 이런 수순을 밟으려고 그동안 그 앞에서 연극을 꾸민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아내가 싫지 않았다. 아내와 헤어지겠다는 생각은 여태 해보지 않았다. 아내의 왼손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처럼 지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고 마음을 굳어버리게 하거나 누그러뜨린다. 장모의 전화를 받고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그의 마음은 얼마간 누그러졌다. 어쨌거나 아내를 이대로 계속 처가의 두릅나무 곁에 둘 수는 없는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내를 데리고 오든지 입원을 시키든지 아니면 아내의 뜻대로 헤어지든지. 그는 아내를 협박할 생각까지 했다. 다시 아내의 왼손이 옛날로 돌아간다면 자신은 그길로 물이 많은 데를 찾아가 자동차와 함께 물속으로 돌진해버리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 협박이 이혼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 그는 그런데 자신이 왜 아내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는지를 잠시 생각했다. 아내와 열정적으로 사랑해서 맺어진 사이도 아니고 이제 아내가 편안한 상대도 아니다. 왜? 거기까지가 의식을 잃기 전 그가 한 생각이었다. 사고다발지역, 속도 줄임이란 붉은 글자를 보며 말 잘 듣는 사람처럼 이미 줄인 속도를 더욱 줄였던 기억도 났다. 일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차를 추월하는 봉고차를 보내며 저, 미친놈이,라고 투덜거렸던 기억도 났다. 어느 순간 중앙선을 넘어오는 트럭을 피하려고 핸들을 확 꺾었던 기억. 핸들이 뽑힘과 동시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던가. 몸이 붕 치솟았다. 밤하늘의 별을 얼핏 보았던 것도 같다. 그것이 다였다.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어서 위로 붕 치솟았던 기억만 나지 육체가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이 풀숲으로 떨어졌을 때 느꼈음직한 공포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몸이 땅에 닿기 전에 정신을 잃었던 것인가. 그는 자신이 완전히 혼자 풀숲에 내팽개쳐져 있다는 것을 겨우 깨달았다. 사고를 당하고 하루가 지났는지 이틀이 지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밤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대낮인 걸 보니 최소한 하룻밤은 지난 모양이었다. 상황을 간파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불렀다. 부르는 게 아니라 비명에 가까운 내지름이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풀숲 위 국도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이 잘라먹었다. 그는 두 손을 움켜쥐었다. 와락 풀이 뜯겨 그의 손에 쥐어졌다. 얼굴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피할 수도 없었다. 척추가 부러졌는지 누운 상태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뼈가 뒤틀리는 것 같은 통증이 몰렸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에겐가 발견되지 않으면 어찌해볼 도리 없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회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터넷 쇼핑몰 예티클럽 리빙팀 MD인 그는 월요일 아침에 있을 예정이던 기획회의에 생각이 미쳤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는 무심코 몸을 움직이려다가 다시 기가 꺾였다. 이번 회의는 리빙팀뿐 아니라 패션팀, 주얼리팀, 가전제품팀 등 각 분야의 MD 아홉 명이 참석하는 회의였다. 아직 가을씨즌이지만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서 모든 팀이 집중적으로 상품기획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미 보름 전에 통보된 회의였고 이번 회의에서 매출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획안에 대해서는 포상이 주어질 것이었다. 주로 겨울의류와 가전제품들이 집중적으로 검토될 것이었다. 이미 도매타운에서 직접 쏘씽하고 있었으므로 모두들 새로운 안을 내려고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도매타운은 보통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문을 열었다. 직접 도매타운에서 상품을 쏘씽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었으나 어둑한 새벽녘까지 도매타운이 몰려 있는 동대문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만큼 경쟁력은 있었다. 그는 그동안 단 한번의 결근도 매일 밤 10시 무렵에야 이루어지는 매출회의에도 불참한 적이 없었다. 아무 연락도 없이 MD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그를 동료들은 찾고 있을 것이다. 그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찾으려고 손을 움직이려다가 또다시 통증에 제지당했다. 그는 자신이 한쪽 신발만 신고 있을 뿐 시계를 차고 있지도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 데 시간을 한참 소비했다.

그는 발을 까닥여보았다. 구두가 벗겨진 왼발 양말 속 발가락이 움직였다. 구두 속의 오른발도 움직여보았다. 오른쪽은 무릎과 종아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한쪽 손만이라도 들어올릴 수 있다면 자신의 뺨을 후려쳐보고 싶었다. 어머니― 어머니― 그의 메마른 입술에서 또다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그는 풀숲에 버려진 채 소리를 지르다가 풀을 쥐어뜯다가 깜북 의식을 놓다가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순간순간 공포가 등뼈가 부러진 그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의식이 있을 때면 머리 위쪽으로 트럭이나 자동차가 질주하는 소리가 귀에 머물렀다. 도로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위안이 되었다. 그가 다시 혼미 속으로 미끄러졌다가 깨어났을 때 잣나무며 밤나무며 아까시나무를 향해 아무도 없느냐고 외쳤다. 일어설 수도 앉을 수도 기어다닐 수도 없는 그가 구원을 요청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렇게 외쳐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들은 하늘이나 땅이나 나무나 벌레나 그리고 가까운 데서 들리는 도로의 소음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소리조차도 내지를 수 없이 목이 부어올랐다. 그 자신이 들어도 짐승의 소리인지 인간의 소리인지 구분이 안되는 굵은 저음이 외마디처럼 새어나왔다.

그는 종종 퇴근할 수 없을 정도로 일에 파묻혀 지냈다. 선배와 후배 몇몇과 인터넷 신문을 만들어보겠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 다니고 있던 자동차 회사 홍보실에 사표를 냈다. 그후 몇년 동안 그가 자정 안에 집에 들어가본 날은 손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이틀 사흘은 보통이고 일주일씩 사무실에서 기거하는 날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랬는데도 인터넷 신문 만드는 일은 무산되었다. 그의 퇴직금과 동생 태희가 갚은 돈 이천만원을 모두 날린 셈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지분을 적게 갖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정도에 그쳤다. 높은 지분율을 가지려고 투자금을 많이 냈던 이들이 적지 않아 그는 자신의 손실을 내놓고 이야기하지조차 못했다. 아내가 자신의 왼손이 이상하다며 주무르기 시작한 때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가 없으면 아내는 혼자 지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그는 아내가 혼자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도 못했다.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의 아내는 늘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위암이 재발해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