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박정대 朴正大 1965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 등이 있음. sugarlessciga@hanmail.net 그럼 이만 총총 우리의 사랑은 투쟁 영역의 확장이었으니 이제는 싸움에도 지쳤어라 낡은 태양 아래서 꿈꾸는 것들의 눈동자는 서서히 흐려지고 눈이 되지 못하는 빗방울들 진눈깨비로 흩날리는 어슴푸레한 겨울 오후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허밍으로나 중얼거리며 나 이제 쿠바의 환한 거리로 떠난다 그러니 이젠 이곳의 혁명이 나를 불러도 돌아볼 눈이 나는 없어라 애초에 혁명이 없었으니 나를 불러줄 혁명 또한 없어라 이곳에서는 더이상 복제할 유전자가 없어라 나는 반지 속에서만 반짝이는 나의 별을 보며 이 어두운 거리를 다 지나가련다 그럼 이만 총총 하늘 아래에서의 모든 투쟁이 슬픈 사랑의 확장이었으니 지금 이 세계의 지붕을 다 부수며 내리는 저, 저녁의 환한 눈발을 나는 차마 볼 수가 없어라 그대가 없는 곳으로부터 오는 저녁을 나는 견딜 수가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