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장편소설을 말하다

 

그 입술에 아무리 귀를 기울여봐도

김연수│장편『가면을 가리키며 걷기』『7번 국도』『꾿빠이 이상』등이 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길게 써본 장편소설을 신인공모 문학상에 투고해서 작가가 된 경우다. 왜 갑자기 길게 소설을 써볼 마음을 먹었는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군복무를 마치고 정릉4동 산동네에 살 때니까 1993년의 일이었는데, 하루는 같은 동네에 살던 시인 권대웅형이 집으로 찾아와 대남문에서 이문재 시인을 만나기로 했으니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래서 대남문이 근처에 있는 문인 줄 알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갔다. 정릉초등학교 뒷산으로 올라가다가 보니까 칼바위능선 같은 고개도 나오고 길도 험해졌다. 그렇게 몇시간을 기어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대남문이 북한산 꼭대기에 있는 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신히 대남문에 다다르니까 나무 그늘에 이문재 시인 가족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나는 염치불구하고 물 좀 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산에 올라오는 동안 우리가 목마르고 허기진 영혼들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꿰뚫어본 이문재 시인은 한쪽에 신문지를 펼치고는 앉으라고 권하더니 물과 김밥을 내놓았다. 허겁지겁 그 물을 마시고 김밥을 먹어 배가 좀 부르고 나니 슬그머니 겸연쩍은 마음이 들었다. 그 산촌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대남문에서 시인들과 함께 음풍농월하지는 못할망정 나무젓가락도 없이 맨손으로 김밥을 집어먹는 꼴을 보였다니. 그래서 깔고 앉은 신문지로 시선을 떨궜다가 그만 국민일보에서 장편소설을 공모한다는 사고(社告)를 보게 됐다. 그때 시인들 몰래 그걸 찢어 주머니에 넣고 산을 내려왔는데, 그게 바로 내가 장편소설을 쓰게 된 인연이었다.

내게 “그럼 만약 그때 겸연쩍은 마음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장편소설을 쓰지 않았을 거란 말인가?”라고 되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미등단 작가가 장편소설로 데뷔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일단은 단편소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