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Ⅰ.와트 『근대 개인주의 신화』, 문학동네 2004

근대 개인주의의 네 얼굴

 

 

설준규 薛俊圭

한신대 영문학과 교수 jksol@hanshin.ac.kr

 

 

근대개인주의신화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죠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뽑힐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백악관 정치고문 칼 로브(Karl Rove)의 노련한 선거전략이 주효한 것이라는 견해가 여기저기서 나오는가 하면, 실제로 부시가 대선승리 연설에서 그를 거명해서 치켜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부시와 로브의 관계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괴테의 작품에 나오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관계에 견주어진다는 사실이다. 권모술수에 능한 로브의 선거전략을 맑고 흐림을 가리지 않고 따른 덕분에 최고의 권력을 획득한 부시가, 자신의 영혼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내준 댓가로 초월적 지식과 능력을 얻게 되는 파우스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와 부시의 관계가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관계에 빗대어지기도 하는데,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악마이고 누가 마법사인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고전적 문학작품에 나오는 허구적 인물이 실제인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틀이 되는 경향은 우리 주변에서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가령, 실천보다는 생각과 고민이 앞서는 인물을 햄릿 같다고 하고, 그 반대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