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기억상실증의 도시에 날아든 나비

영화 「나비」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이방인」에 이은 문승욱의 두번째 영화 「나비」는, 도시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비록 「나비」의 배경이 가까운 미래 한국의 어느 도시라고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의 공간은 온전히 현재의 것이다. 서울과 부산, 그리고 일본의 코오베 시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미래도시의 이미지는 오히려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특히 아시아의 근대화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도시공간에 대한 경험을 지극히 예리하게 반영해내고 있다. 역시 올해 개봉된 윤종찬의 「소름」이 근대적 주거공간의 전형적 예라 할 아파트를 매개로 우리사회의 한 징후를 드러내 보여주었다면, 「나비」는 비대해진 도시공간을 유랑하는 노마드(nomad)들의 혼란스러운 시선에 주의를 기울인다. 한편, 홍상수는 「강원도의 힘」에서 심도깊은 화면으로 관광객들을 응시함으로써 그간 우리에게 익숙하게 여겨졌던 하나의 관광지(라는 근대의 또다른 상품)를 뒤틀리고 낯선 것으로 보이게 만든 바 있다. 이상 언급한 세 명의 감독은 이처럼 공간에 천착함으로써 우리의 모더니티 경험을 돌이켜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나비」에서 도시는 자동차라는 매개를 통해 이어붙여진 파편화된 공간들의 몽따주로서 제시된다. 계속해서 내리는 산성비, 재개발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시위, 위험한 납중독자들과 그들을 쫓는 사람들 등으로 해서 차 밖은 항상 위험천만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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