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변화하는 세계, 새로운 주체

 

기후정의의 정치적 주체 되기

 

 

이현정 李賢貞

녹색정치LAB ‘그레’ 소장, 기후정의동맹(준) 집행위원. 저서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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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위기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히 높아졌다. 적어도 이제는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거나, 기후위기가 인간활동의 결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기후위기 인식도가 세계적 인식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작년 6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1에 따르면, 한국인의 94%가 지구온난화를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답했다. 34개국 평균 85%를 훨씬 웃도는 결과였다.

올 1월 『시사IN』은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보다 본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 『시사IN』 스스로 이 기획의 의도를 “한국사회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탄소중립사회로 가기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를 묻는 것으로 밝혔는데,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무엇보다 대선과 연결된 질문의 응답이 그러했다.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 ‘나에게는 이번 대선에서 다른 어떤 공약보다 기후위기 공약이 중요하다’라는 항목에 대한 긍정 답변이 각각 38.8%, 36.8%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답하는 것과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사회구성원 3.5%가 꾸준히 참여한 운동은 성공한다는 ‘3.5%의 법칙’3의 10배가 넘는 수치라서 기후운동을 하는 나에게는 놀라움을 넘어 흥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흥분의 순간이 지나가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조사 결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 괴리가 컸다. 작년 11월 JTBC가 실행한 4차 차기대선 여론조사4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응답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불과 1.2%를 기록하며 10개 분야 중 꼴찌였다. 1, 2위는 각각 부동산 등 주거안정(25.5%), 일자리 등 경제 활성화(24.1%)로, 두 응답을 합치면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5

올 1월 서울경제가 시행한 2차 대선인식여론조사6는 약간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환경 문제는 10개 분야 중 7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급성을 좀더 인정받아 6위를 차지한 ‘물가 문제’(7.6%)에 비하면 절반인 3.6%에 불과했으며, 이 역시 『시사 IN』의 조사 결과와는 괴리가 컸다. 게다가 ‘2030년 탄소감축 40% 목표 달성’ 대 ‘탄소감축 목표를 현실화하여 하향조정’ 중 자신의 생각과 더 가까운 의견을 묻는 문항에서는 후자 하향조정을 택한 쪽(45.1%)이 전자를 택한 쪽(40.0%)보다 높아, 시민들이 강력한 탄소감축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주변의 기후활동가들도 『시사IN』의 조사 결과가 체감과는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시사IN』의 조사는 총 290개의 문항에 답해야 하는 난제여서인지 요청 대비 응답률이 24%에 불과한 만큼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계층에 편향되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시민 대다수가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있으며 당위적으로는 심각성을 인정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다른 문제들보다 비교우위는 여전히 높지 않아 보인다.

 

 

낭비되는 마음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기후 관련 강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요청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이다. 그런 요청에 나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한겨레의 유튜브 채널 내 ‘기후싸이렌’에 올라온 「탈플라스틱은 ‘잽’, 탈석탄은 ‘어퍼컷’」7의 내용을 소개한다. 이 영상에서는 한국인이 한해 동안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 33억개(2017년 기준)의 생산·소비·폐기 전과정에 걸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삼척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어 가동될 경우 일년간 배출하게 될 온실가스의 양을 비교한다. 전자는 최대로 잡아도 16만 5천톤8인 반면, 후자는 1280만톤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플라스틱 컵을 단 한개도 쓰지 않아도, 석탄화력발전소 한곳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최대 1.3% 정도밖에 줄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최근 SNS에 ‘기후위기’를 태그로 개인적인 실천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콘센트 플러그를 뽑는 고전적인 실천부터 개인 텀블러나 빨대, 장바구니 등을 들고 다니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 달리기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혹은 ‘줍깅’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지구를 푸르게 만들기 위해서 뛴다’는 모토하에, 달리면 에너지 취약계층에 기부가 되는 ‘솔라런’이 한창 유행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이또오 코오헤이(斎藤幸平)는 “당신의 그런 선의만으로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하다”9라고 일갈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자신이 뭐라도 하고 있다는 자기위안이나 착시효과로 이어져 진짜로 해야 하는 싸움에 나서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책임과 실천이 개인 차원으로 떠넘겨지고, 기업은 자신들이 벌인 일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는 동안 정치인들의 행보는 기후위기 극복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후보는 앞다투어 대규모 주택 공급 등의 개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두 후보가 모두 용적률 500%를 공약으로 걸고 표심을 얻기 위해

  1. 「한국인 기후위기 인식 선두… 세계인 1년새 기후낙관론 더 커져」, 한겨레 2021.6.14. 참조.
  2. 『시사IN』과 한국리서치 공동 기획으로, 한국리서치의 웹조사 패널 72만명 중 인구비례에 맞춰 4,154명에게 요청을 보내 최종 1,000명이 응답했다. 『시사IN』 747호(2022.1.11.) 참조.
  3. 미국 하바드대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가 주장한 이론이며, 2013년 테드(TED)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 법칙에 해당하는 시위는 모두 비폭력이었으며, 영국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운동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여인원 목표치를 180만명으로 보는 근거로 소개되기도 했다.
  4. 2021년 11월 27~28일 양일간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 응답완료자 1,006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 기후위기 대응은 연령대별로 봐도 만 18~29세와 40~49세에서 9위, 만 30~39세 8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한 수준이었다.
  6. 2022년 1월 11~13일 3일간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 응답완료자 1,344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7. 해당 영상은 유튜브 채널 ‘한겨레 영상뉴스’에서 볼 수 있다. 영상 게시일 2021.4.19.
  8.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제시한 플라스틱 10그램당 온실가스 배출량 ‘10~50그램’ 중 최대값 50그램을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다.
  9. 사이토 고헤이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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