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 김수영 시인 40주기에 부쳐
김수영 미발표 유고-시
● 일러두기: 새로 발견된 시 텍스트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원문에 충실하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대식 맞춤법과 표기법을 준용했다. 원문에서 명백히 오기로 인정되는 부분은 수정하고 각주를 달았으며, 도저히 식별이 안되는 글자는 ○○○처럼 복자 처리를 했다. 시 제목 뒤에 ⁎이 표시된 것은 원래의 원고에는 제목이 없지만 주해자가 붙인 제목이다-주해자 김명인.
네거리에서*
누가 平和를 願하지 않는 자 있으랴마는
오늘도 나 거리에서 끝없이 싸운다.1
거리는 나의 花園이다.
反共,
닭털 파는 少女, 장타령, ○○… 속에서
나는 細胞를 組織하는
붉은 勇士가 아니다.
나는 여러가지의 참인(慘忍)한 풍경을 보고 왔노라
그것은 산 地獄이기도 하니라.2
머리에 못을 박은 中共捕虜
나는 아무도 보지 못한
秘密을 보고 왔노라.
아예 조용한 곳이-
그렇게 끔찍끔찍하게
좋아하던 조용한 環境이 나에게 필요없노라.
이 시끄러운 네거리에서
내 풀떨기 되어
어디로 날아가든지
떠내려가도 무관하겠노라.
나의 魂은 길이
네거리에 남아
나의 信念을 지키리라.
(1954.2~5)
哀와 樂
(現代女性)3
(一)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歷史를 그냥 두어라
너와 나만의 사이에 흐르는 물이라고 해서
그리 좁은 것은 아니지만
多少나마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이냐
너와 내가 죽어야만 흘러갈 것 같은 물이 우리 둘 사이에서 저렇게
흘러가는 것이 너무나 끔찍끔찍하게
신기한 것인데
너도 말없고 나도 말없이 서로 마주 바라보며4 서 있는 것이
어찌 서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우리의 그림자가 물속에 비치는 것을
너도 나처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기에
너와 나만의 사이에 흐르는 물은 그냥 두어라
(二)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사랑
가는 데까지 가는 데까지
그냥 두어라
우리는 來日의 歷史를 기다리면서
지나치게 지나치게 즐겁게 살자
‘來日의 歷史’5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지 않을 줄 아는 너의 知慧와
너의 知慧를 焦燥6하는 나의 모습
너무나 뚜렷한 나의 모습을 위하여
一分이 있고 二分이 있고
사랑은 瞬間으로 化하고 만다
이것을 사랑의 日蝕이라고 부르자.
(19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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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은‘싸오라’‘싸오다’‘싸운다’ 등으로 읽힐 수 있지만 문맥상‘싸운다’를 취한다. ↩
- 원문은‘하니라’‘하다’‘했다’가 다 가능하지만 다른 연의‘노라’어미와 운이 맞는‘하니라’를 취한다. ↩
- 『現代女性』이라는 잡지는 1972년 창간된 잡지로서 시기상 이 시와 무관하다. 現代女性이란 말과 이 시의 관련성은 추후 해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
- 원문에는‘바라보면’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상‘바라보며’의 오기로 보인다. ↩
- 원문에는 「來日의 歷史」라고 되어 있으나 작은따옴표로 표시한다. 이하 동일하다. ↩
- 원문에는‘焦繰’로 되어 있으나‘焦燥’의 오기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