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분단 너머의 한반도

 

김정은시대 북한경제의 변화

 

 

이석기 李錫基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경제학 박사.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산업협력 전략과 실행방안」 「북한의 서비스 산업」 「북한 시장실태 분석」 등의 연구가 있음. sklee@kiet.re.kr

 

* 본고의 3절과 4절은 이석기 외 「김정은시대 경제개혁 연구: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산업연구원 근간)의 해당 내용을 요약, 재정리한 것이다.

 

 

1. 머리말

 

2018년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하고 남북경제협력(이하 경협)을 중단시켰던 북한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갈등과 대결 국면이 종식되고 평화와 협력의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희망도 커지는 중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면 남북경협의 재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과거 남북경협은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남북경협이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한 데는 남측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북한경제의 상황 및 제도적 조건, 그리고 북한 당국을 비롯한 북측의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남북경협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협의 환경적 요건이 될 북한경제의 상황과, 경협의 제도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미칠 북한 경제관리체계의 개편 혹은 경제개혁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남북경협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김정은시대의 북한경제

 

북한경제는 대부분의 사회주의 경제가 그러하듯이 효율성에 큰 문제가 있음에도 1970년대까지는 나름대로 공업국가로 성장하다가 1980년대에는 정체상태에 빠졌으며, 1990년대에는 몰락 수준으로 후퇴했다.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 대규모 수해, 김일성 주석의 사망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북한경제는 대략 1998년을 바닥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북한경제는 부침이 없지는 않지만 느리게나마 회복 추세가 지속되었으며, 김정은시대에도 이러한 경향은 이어져왔다. 아래 표는 한국은행의 북한 GNI(국민총소득) 추정치인데, 북한경제가 1998년 이후 추세적으로 소폭의 회복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극심한 가뭄 등으로 마이너스성장을 한 2015년을 제외하고는 북한경제가 이전보다 다소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7년에는 대북 경제제재와 가뭄 등으로 상당폭 후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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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북한의 공식매체나 외부 관찰자의 전언 등을 통해서 파악되는 김정은시대의 북한경제는 한국은행의 추정치보다 훨씬 개선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경제의 회복 속도가 김정은시대에 다소 빨라진 것도 있지만 2000년 이후의 회복이 누적되었으며, 시장화가 진전됨에 따라 다른 외부 관찰자에게 북한경제의 개선된 모습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 관찰자는 시장경제 상황을 주로 살필 수밖에 없는데 평양 등 대도시의 시장경제 활동이 김정은 집권 이후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에 북한경제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둘째, 한국은행의 북한 GNI 추정치는 2000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심화되고 있는 시장화의 영향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2000년대 이후 북한경제의 회복은 무연탄 등 지하자원 및 1차 산품의 수출과 상업·유통, 운수업 등 민간 서비스업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추정치는 이같은 민간 서비스업의 성장이 미친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북한경제의 현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수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소득과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그렇게 획득한 소득으로 다시 시장에서 생필품을 비롯해 ICT(정보통신기술) 제품 등 고급 소비재와 심지어 부동산1까지 구매한다. 개인뿐 아니라 많은 국영기업도 시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생존하고 있다. 국가가 생산을 위한 물자를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시장을 통해 물자를 조달하고, 이렇게 조달한 물자로 시장 수요가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시장가격으로 판매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기업 운영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히 발전소나 제철소 등 핵심적인 기업은 계획에 의해서 움직이지만 많은 국영기업에 이제 계획은 형식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정부는 시장을 인정할 뿐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선통신 서비스와 같이 국가가 주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국가나 국영기업이 이 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핸드폰을 비롯한 ICT 제품이나 축산물 등 고급 소비재는 종합시장(소위 장마당)보다는 국가가 주도하여 확충한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망에서 주로 거래된다. 또한 북한에서 여전히 고급 서비스에 속하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등도 국가 주도나 용인 하에 성장하고 있다. 국가가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재정수입, 특히 외화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가동되는 기업이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1990년대보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분명히 개선되었으며 활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낙후된 환경에서 농민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어려운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외무역의 확대와 시장화의 과실은 주로 평양 등 대도시나 신의주, 혜산 등 국경도시의 중간계층 이상에 집중되고 있으며, 농촌 주민이나 내륙 중소도시 주민들 대부분의 생활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서비스업, 농림어업, 전기가스업, 건설업 및 광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제조업의 회복 속도가 가장 더디다. 특히 시장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업·유통 등 서비스업의 성장이 제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재 북한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국이 석탄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있어 무연탄의 대중 수출은 대북 경제제재가 아니

  1. 정확하게는 부동산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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