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김호정 『발부리 아래의 돌』, 우리학교 2018

그 소녀를 생각한다

 

 

장혜령 張慧玲

시인 jaineyre@naver.com

 

 

179_482그 소녀를 생각한다.

1977년 아홉살 되던 겨울, 낯선 남자들이 타고 온 검은 차에 실려 간 아빠와 영문도 모른 채 일별하는 소녀. 아빠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갔고, 병원이 멀리 있어 지금은 아빠를 보러 갈 수 없다는 엄마의 말을 새기는 소녀. 언니와 두 동생과 매일 저녁 “아빠가 건강해져서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소녀. 엄마가 시 읽는 어린 딸을 염려하는 줄도 모르고 뿌시낀의 「삶」을 암송하던 조숙한 소녀.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긴 기다림 끝에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년 후 아빠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모를 따라 도착한 그 낯선 도시에서 소녀는 처음 죽음을 알았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부유감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소녀는 과묵해졌다. 집에 돌아온 엄마가 묵묵히 제사상 차리는 모습을, 아빠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에 놓인 아빠는 정물처럼 고요했다. 소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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