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장편소설을 말하다

 

낙관주의자, 배신자, 행복한 사람

배수아│장편『에세이스트의 책상』『독학자』『당나귀들』등이 있다.

 

이딸리아계 미국 작가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그리고 독일 작가 마르틴 발저의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공포의 꽃)가 내가 비교적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장편소설-굳이 작품의 길이로 장르를 구분하자면-의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화이트 노이즈』와 『소립자』는 80, 90년대 선진산업국에서의 개인의 삶이라는 시대와 사회상을 강하게 반영하는 작품이다. 『화이트 노이즈』는 현대인의 삶에 파고들어온 테크놀로지의 흔적을 추적하며 발휘하는 작가의 모던한 상상력(하지만 이 소설은 80년대 작품이다)에 감탄하면서 읽었고(어느정도는 미국 영화의 잔영을 느끼게도 한다. 미국 영화에서 과장과 상투성이라는 특징을 제외한 것이라고나 할까) 『소립자』는 작가의 의도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으나-하지만 어떤 문학작품을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서‘공감’이 독자의 필수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성 혁명의 미래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의식 자체는 높이 사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비하면 독일 작품 『앙스트블뤼테』는 상대적으로 매우 사적이고 내면적인 편이다. 하지만 이 세권의 책은 모두 일단 한번 잡으면 도저히 중간에 놓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서점의 독자서평을 살펴본 나는 조금 놀랐던 것이, 재미에 관련한 사람들의 취향이나 기준이 무척이나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양이 아니라 상반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아직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앙스트블뤼테』에 대한 독일 독자들의 반응은 더욱 극심하게 양분되어 있다. (‘비교적 최근에’읽었다고 내가 고백한 이 리스트를‘상당히’올드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으리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는 반성해야 한다.)

여기서 세 장편소설을 예로 들긴 했지만 소설의 독자로서 나는 장편이냐 단편이냐 하는 구분에 연연하지 않고 읽는 편이다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