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난민 이슈가 보여준 우리의 민낯

한국의 이슬람 혐오와 난민 문제

 

 

구기연 具紀延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저서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가 있음. kikiki9@snu.ac.kr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동성애·이슬람·반기독 악법을 꼭 막아내겠다’ ‘할랄 단지 조성계획 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면 대한민국은 테러위험국으로 전락’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이 끔찍한 이슬람 혐오적인 발언들은 온라인의 악성 댓글이나 익명 게시물이 아니다.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기독자유당의 홍보물에 쓰여 있던 문장들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선거인명단의 가정으로 발송된 정당 홍보물에 이슬람 혐오 문구가 그대로 노출된 것은 우리 사회 이슬람포비아(이슬람공포증)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9·11테러 이래 IS(이슬람국가)의 등장, 중동 난민 유입 등과 맞물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나 히잡 착용 금지 같은 이슬람포비아 현상이 사회문제로 심화되는 추세이다. 이들 지역은 이슬람권과 오랜 갈등의 역사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비로소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무슬림의 비율은 극소수이고,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여전히 낯섦에도 이들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인 이미지는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듯 보인다.

지난 5월, 500명 넘는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한국에서 난민은 사실상 낯선 이슈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다수 난민의 유입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2015년부터 지속되어온 내전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예멘은 현재 인구의 4분의 3이 넘는 2200만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등 인도주의적인 보호와 도움이 절실하다. 민간인들이 심각한 폭력적 상황과 연이은 공습에 노출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발생한 난민만 3백만명에 이른다. 게다가 열악한 의료상황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콜레라로 고통받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수장인 이란의 대리전이라고 불리는 작금의 상황은 가뜩이나 열악한 예멘의 사회적 인프라마저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이 인도적 원조조차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 예멘인들은 식료품과 연료를 비롯한 생활필수품, 의약품 등을 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UN 보고서1에 따르면 2015~17년 사이 4773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 1200명이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이다. 2011년 이후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 민주화시위의 영향으로 33년째 집권하던 살레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예멘의 정국은 오히려 각 부족과 지역 간 세력 분쟁으로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까지 등장하면서 복합적인 층위의 종파적·지역적·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치달은 결과 지금과 같은 현실에 봉착했다.

이처럼 심각한 내전을 겪으며 많은 예멘인들이 목숨을 걸고 말레이시아, 지부티, 에티오피아, 수단 등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삼년 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지내오던 난민들이 무사증제도를 통해 올 상반기 제주도로 입국했다. UN난민지위협약이 체결되어 있고 더 나은 환경을 갖춘 듯 보이는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사회는 처음으로 다수의 난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미디어로만 접해왔던 무슬림 난민들과 조우하면서, 상상의 공포가 아닌 실체적인 두려움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예멘 난민이 제기한 문제는 무엇인지, 특히 이슬람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재현되었고, 난민 문제 이후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슬람은 어떻게 ‘상상의 공포’로 자리 잡았나?

 

폴란드의 이슬람포비아에 대해 연구한 인류학자 부초스키는 많은 사회에서 ‘무슬림 없는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 without Muslims)를 경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2. Michał Buchowski, “Making Anthropology Matter in the Heyday of Islamophobia and the ‘Refugee Crisis’: The Case of Poland,” Český lid vol

  1. “Over 100 civilians killed in a month, including fishermen, refugees, as Yemen conflict reaches two-year mark,” UN인권고등판무관 홈페이지(www.ohch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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