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남북경협 사업의 새 활로

B2B 플랫폼 구축을 통한 경협 활성화 방안

 

 

최용섭 崔鎔燮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논문 「Overcoming the Division Bloc and Its Limitations」, 저서 『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 등이 있음.

willphin@gmail.com

 

* 이 글은 통일부 지원 연구인 『비핵화 진행에 따른 북한 경제발전 경로 전망 및 정책 과제』에서 필자가 작성한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한 글이다.

 

 

1. 들어가면서

 

기존의 남북 경제협력(이하 남북경협)은 시장성보다 한민족 간 협력이라는 당위성이 강조되면서 정부가 남북경협 사업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였으며 민간의 자율성을 크게 제약했다. 또한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교류가 북한체제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모기장 정책’에 입각해 남북경협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을 소수에 그치도록 했고 지역적으로도 주요 사업을 평양, 남포 및 그 근방이나 금강산, 개성 등 접경지역 위주로 제한했다. 그 결과 남북경협의 효율성 및 파급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이런 문제들에 더해 이 글에서는 특히 기존 남북경협이 정부 주도로 상당 부분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추진되었지만, 실제 한국 경제에 끼친 영향은 지극히 적었음에 주목한다. 예컨대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시기 중 한해인 2006년 경우를 보면 남북경협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31퍼센트였던 반면, 한국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0.0002퍼센트에 불과했다. 또한 위탁가공 교역 및 개성공단 등의 협력사업에 참여한 한국 기업의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남북경협을 통해 수익이 어느 정도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그 수혜자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은 물론 한국 역시 부유한 나라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분단 이후 수십년 동안 계속되어온 많은 이들의 소망이었으나, 1998년 이후 남북경협이 본격화된 상황에 이르러 현실은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1980년대 이래로 심화된 남북한 간 산업구조의 차이, 경제발전 단계의 격차 등으로 말미암아 한국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이 기대보다 훨씬 작아진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에게 남북경협은 상호호혜적인 거래가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시혜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특히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었다.

현재의 남북경협 관련 논의 및 연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무엇보다 새롭지 않다는 점에 있다. 즉, 주변 환경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과거 2000년대 초의 프레임과 내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1 이에 대해 필자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일환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남북한 모두의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남북경협 사업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이 글에서는 시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북한 내 시장 기반 남북경협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며, 한국 내 혁신 기반 경제성장과 남북경협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B2B(Business-to-Business)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남북경협 사업을 제안한다.

 

 

2. B2B 플랫폼을 통한 남북경협

 

B2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상거래는 기업과 기업이 거래 주체가 되어 하나의 플랫폼에 다수의 판매자 및 구매자가 접속하여 거래하는 방식이다. 가장 잘 알려진 B2B 플랫폼인 알리바바(Alibaba)로 예를 들어보면, 만약 한국의 한 기업이 한국 및 해외 시장에 판매할 무선 이어폰을 만들어줄 중국 제조업체를 찾고자 할 경우 알리바바(www.alibaba.com)의 검색창에 wireless earphones를 입력하면 된다. 필자가 검색해본 결과 2021년 4월 3일 기준으로 111,472개의 제품이 검색되었다. 이제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과 가격을 확인한 후 이미지를 클릭하면 제품 및 해당 업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계약하고자 하는 업체가 있으면 제공된 연락처로 연락하고, 이후 해당 계약을 진행하면 된다. 보통은 여러 업체와 접촉하면서 각각의 조건을 비교·검토한 후 한 곳을 선택한다.

가칭 ‘남북 B2B플랫폼회사’의 B2B 플랫폼 역시 검색을 통해 남북한 업체 간 서로의 사업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존 기업이나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개인이 고유한 디자인이 들어간 가방을 만들어줄 북한 제조업체를 찾고자 할 때 B2B 플랫폼 상의 검색만으로 쉽게 이를 찾을 수 있고 이후 해당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북한 기업 및 개인 역시 마찬가지로 B2B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연락하여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예컨대 한 북한 기업이 다년간의 위탁가공 생산 경험으로 가방을 잘 제작할 수 있는 경우, B2B 플랫폼에 등록된 한국의 가방 판매업체에 연락해 합영·합작 추진 여부를 타진할 수 있다.

B2B 플랫폼을 통한 기업 간 연결이 알리바바에 의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지만 알리바바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 중국과 타 국가의 생산단가 차이에 있다. 중국의 값싼 생산비, 그리고 이에 따른 낮은 생산단가는 세계 각국에서 너도나도 알리바바를 매개로 중국의 생산시설에 접촉, 이를 통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세계 각지의 소규모 기업 및 개인 역시 알리바바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적은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또한 높은 마진율 덕택으로 많은

  1. 이영훈 「평화와 혁신의 관점에서 본 남북경협」, 『통일정책연구』 28(1), 2019.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