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남북한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평가

 

 

황진태 黃鎭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객원연구원. 논저로 『이명박시대의 대한민국』(공저), 「지역주도의 개발주의 관성에 관한 검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공저) 등이 있음. dchjt@snu.ac.kr

 

 

1. 들어가며

 

2008년을 전후로 이명박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추진은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화두였다. 그 와중에 『창작과비평』 2007년 겨울호에서 김석철(金錫澈) 교수는‘한반도 대운하’와는 다른‘남북한 대운하’구상을 내놓았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해 대다수 진보개혁세력이 반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석철의 구상은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언론으로부터 “친환경적”“탈냉전적”“이런 구상을 한낱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것은 대선후보를 비롯한 우리가 시대적 기운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에 달렸다”1 등의 호의적 반응을 얻었다. 김석철은 남북한 대운하가 “21세기 한반도의 남북도시축에 서해와 동해를 잇는 동서축을 이룸으로써, 서울·평양 통일수도권을 21세기 메트로폴리스로 만드는 동시에 경부·경의선축에 편중된 불균형을 시정하는 한반도 지속가능발전의 초석이 될”2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후 2008년 9월 세교연구소 주최 심포지엄‘기울어진 분단체제, 대안을 만들 때다’에서 김석철은‘남북연합 건설기의 공동인프라 만들기’란 주제로 남북한 대운하 구상을 다시 발표하고 그에 대한 토론이 붙여진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의 한반도 대운하론에 가려져서인지 이 문제는 더이상 공론화되지 못했다.

현재 본질적으로 한반도 대운하와 다를 바 없는‘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김석철의 남북한 대운하 구상을 논의하는 것은 현정권의 대운하 계획에 대한 대응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제기된 운하 기획을 검토함으로써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운하를 바라보는 과잉된 정치성을 걷어내고 이념적 색채에서 벗어나 보다 이성적인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김석철의 남북한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유의미하다.

이 글에서는 남북한 대운하가 과연‘한반도 지속가능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는 그간 다양하게 제기되어왔지만, 여기서는 경제-환경-사회의 관계를 상호의존적으로 보고, 이 삼각구도가 상호 발전과 보호를 증진시킨다는 수준에서 받아들이고자 한다. 따라서 각 절은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범주화한 경제-환경-사회의 측면에서 남북한 대운하를 검토하며, 보론적으로 한반도 지속가능발전의 공간전략을 간략히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글은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하는 논의이며, 김석철의 구상이 이후 어떻게 수정 보완되어가는 중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이 논의가 한반도 공간전략에 대한 우리사회의 공론을 모으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동-서해를 관통하는 운하 루트는 천혜의 조건인가

 

우선 남북한 대운하의 구상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하자. 김석철에 따르면 남북한 대운하는 “동해안의 원산·안변 일대를 임진강과 한강 하구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즉 북한에서 이미 완성해놓은 금강산댐의 수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천혜의 조건을 갖춘 추가령구조곡에 에너지와 물과 인간의 흐름을 집합한 운하도시들을 만들고 이를 임진강으로 연결하여 한강에, 그리고 안변을 거쳐 원산에 닿게 함으로써 서해와 동해를 연결하려는 구상”이다(426면).

서안해양성 기후로 연중 유량이 풍부하고 그 변동이 적은 유럽 지형과 대조적으로 한반도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고 신생대 요곡운동에 의해 형성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경동지형(傾動地形)인 지형적 특성, 여름 강수집중률이 높고 연중 유량이 적은 기후적 특성 때문에 운하 건설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석철은 추가령구조곡에 주목했다. 추가령구조곡은 서울에서 전곡, 평강, 추가령까지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발달된 저지대를 일컫는다. 백악기 혹은 제3기초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제4기에 임진강과 한탄강의 유로는 현무암 분출로 인하여 협곡지형과 현무암 대지가 만들어졌다. 김석철이 말했듯이 추가령구조곡은 단층지대로서 지형학적으로 안정적인 지질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평평한 지표면이 특징인 구조곡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원산에서 서울까지 철로(경원선)와 경원국도(3번국도)가 놓여 운행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한반도 동고서저의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공학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추가령구조곡을 이용한다면 운하 건설이 용이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림 1 김석철의 남북한 운하도시 개념도

그림 1 김석철의 남북한 운하도시 개념도

 

필자는 남북한 대운하 안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추가령구조곡이라는‘천혜의 조건’이라고 본다. 이는 김석철이 제시한 개념도(그림 1)에서도 이 지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 대운하 구상에서 추가령구조곡의 지형학적 잇점은 과잉해석된 측면이

  1. 권태선 「김석철의‘남북한 대운하’구상」, 한겨레신문 2007.9.18.
  2. 김석철 「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 『창작과비평』 2007년 겨울호 430면(이하 이 글의 인용은 본문에 면수만 표시함).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