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여러번 방문했지만 여느 사람처럼 그 동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별로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그들을 가둬둔 철창은 나와 아이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만 여겼고, 그들이 앉은 시멘트 바닥이 차갑고 서늘해 보였지만 털 달려서 괜찮겠지 하며 애써 그 느낌을 떨쳐버렸다. 지구상의 한 종(種)이 다른 종을 포획해서 강제로 감금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마주하지 않은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는 매우 모순적이다. 반려동물에겐 가족보다 더한 연민을 느끼면서도 식용으로 사육된 소나 돼지의 끔찍한 삶엔 곧잘 눈을 감는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도 그 절망과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길들여진 이들의 안전과 안온함에 더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