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경 梁愛卿

1956년 서울 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불이 있는 몇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등이 있음. neve@kcac.ac.kr

 

 

내 어머니 파평 윤씨

 

 

아버지사 가진 것 없는 시골 선비였지만

어머니는 경기도 포천 천석꾼의 막내딸

그럼 뭐하나 외할아버지는

딸들에겐 땅 한뙈기 나눠주지 않은걸

기름기 흐르는 경기미 쌀밥과

그 지방에서만 나는 커다란 알밤도

어머니 이야기 속에서만 들은 기억

 

가난한 공무원의 아내라서

연탄 때고 구멍가게에 줄줄이 외상을 달면서도

어머니는 기가 안 죽었는데,

‘돈도 없는 것들이 도도하기는……’

구멍가게 주인마누라는 우리만 보면 입을 비쭉거렸다

 

돈 없으면 자존심도 웃음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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