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무라까미 류 장편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스튜디오본프리 2006
녀석들은 적이란 말이다!
황호덕 黃鎬德
문학평론가, 죠오사이(城西)국제대학 교수 mulzil@hotmail.com

살과 체액이 폭발하는 장소들, 폭력과 점막의 취미공동체를 그려내던 무라까미 류(村上龍)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난데없이 등장한 SF영화대본 혹은 시시한 정치소설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안과 밖이 애매모호한 물렁한 점액질 주체들을 횡단해온 탐식가였던 것이다.
한편 계몽가·경세가로서의 그의 기질이나, ‘르뽀르따주’작가적 행보를 따라온 독자들에게라면, 이 소설은 필시 무라까미 류식의 ‘일본 몰락’서사를 집대성한 경세종(警世鐘)혹은 소년소녀 취미대백과의 혈전(血戰) 버전 정도로 이해되리라. 그러나 조심할지니, 화려한 빛깔로 끈적이는 짐승들의 서사를 통해 국가론의 심급, 국가 너머의 공동체를 넘봐왔던 무라까미 류의 소설에는 늘 그 어떤 독(毒)이 있었다. ‘일본’국가의 갱신을 목적으로 삼아왔던 한 내부고발자의 비판 위에 덧씌어진 다국적적 포스트모던의 기호들, 소년소녀들을 통해 성인남자의 국가를 질타하면서도 게토화된 삶을 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