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주제 싸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해냄 2002

‘눈’은 왜 존재하는가

 

 

윤이형 尹異形

소설가 janejones@naver.com

 

 

촌평_눈먼자들의도시2009년 대한민국에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참혹한 경험이다. 그것은 마취제도 없이 수술대에 올라간 환자가, 제 환부가 잘리고 뜯겨나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목도해야 하는 것과 같다. 백색 실명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원인이 잠재했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으나 지난해 이 나라를 휩쓸며 표면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우리는 이 책을 펴는 순간 데자뷔(déjà-vu)처럼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온세상 사람이 모두 눈이 멀고 만다는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정영목 옮김)의 설정은 참으로 완고하고 요령부득인 신의 심판처럼 보인다. 이 신은 마치 구약의 하나님처럼 뜨거운 분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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