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申美奈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shinminari@naver.com

 

 

 

눈 감으면 흰빛

 

 

살 무르고 눈물 모르던 때

눈 감고도 당신 얼굴을 외운 적 있었지만

한번 묶은 정이야 매듭 없을 줄 알았지만

시든 꽃밭에 나비가 풀려나는 것을 보니

내 정이 식는 길이 저러할 줄 알아요

 

그래도 마음 안팎에 당신 생각을 못 이기면

내 혼은 지옷시옷 홑겹으로 날아가서

한밤중 당신 홀로 잠 깰 적에

꿈결엔 듯 눈 비비면 기척도 없이

베갯머리에 살비듬 하얗게 묻어나면

내가 다녀간 줄로 알아요, 그리 알아요

 

 

 

그러나 석류꽃은 피고지고

 

 

풍문은 늘 대문 밖에서만 떠돌았다

 

삼복에 애 낳다 숨진 처녀애가 살았다던 집 담벼락

거기, 어금니 금가도록 아득바득 이 갈던 사랑이 있었나 끝내 숨 놓지 않으려는 핏발 터진 눈동자 있었나

 

알알이 탯줄 마른 애기들이 줄기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