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러하듯 여행의 하이라이트 역시 전체 여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짤막한 한순간, 눈과 심장이 한꺼번에 시원해져오는 어느 한순간에 몰린다. 어느 낯선 골목, 시장에서의 후각적인 인상, 교회 첨탑과 노을과 내가 서 있는 언덕의 삼각구도, 십분이거나 한시간 혹은 한나절의 흥분이 두고 온 현실과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그것으로 권태는 위로받는다. 착란 혹은 분열 직전의 상황들까지도.
알랭 드 보똥(Alain de Botton)의 『여행의 기술』(정영목 옮김)은 기존의 여행산문과 같으면서 또한 다르다. 당연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글쓰기를 출발한다는 점, 여행을 통해 발견되는 작가적 자기애를 여행의 에너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