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다카다 리에코 『문학가라는 병』, 이마 2017

근대일본과 순수/문학이라는 질병

 

 

김항 金杭

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 ssanai73@gmail.com

 

 

179_465비판에는 재능에 대한 시기가, 연민에는 처지에 대한 경멸이, 그리고 연대에는 소외에 대한 공포가 종종 깃들어 있다. 또한 정의를 복수와 구분 짓기 위해 장대한 법률체계를 만들어낸 소심함을 상기할 때, 이성을 광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칸트의 어처구니없는 시도를 생각할 때, 인간의 선행, 미덕, 능력 등이 모두 그 자체로 순수하게 자족적이란 발상은 막무가내의 고집이거나 물정 모르는 순진함의 발로이다. 이것이 타까다 리에꼬(高田里惠子)의 『문학가라는 병: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엘리트들의 체제 순응과 남성 동맹』(김경원 옮김)에 등장하는 근대일본 (독문학 전공) 문학가들의 군상이다.

작가, 비평가, 문학연구자 들을 통틀어 문학가라고 부른다면 이들에게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많이 읽고 쓰는 것? 그런데 생각해보라. 다작하는 문학가들에게 암암리에 쏟아져온 비난을, 즉 “깊이……”라는 우려와 조소를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 비평, 논문을 쓰는 것?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