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단 하나의 미얀마는 가능한가

군부 쿠데타 이후 현재와 미래

 

 

장준영 張准榮

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객원교수. 저서 『미얀마 외교정책의 변화와 주요국과의 관계』 『미얀마의 정치경제와 개혁개방: 성과와 과제』 『하프와 공작새: 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 등이 있음.

koyeyint@hotmail.com

 

 

쿠데타의 동기와 배경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작년 11월 총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군부는 몇차례에 걸쳐 정부와 여당 관계자를 만났고, 1월 28일에 있은 최종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였는지 군부는 1월 30일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했으나 국회 개원일 새벽에 쿠데타를 자행함으로써 이틀 전 약속을 스스로 깨트렸다.

군부는 연방선거위원회 위원을 모두 교체했고, 신임 위원들은 선거인 명부를 다시 조사하여 국영 신문에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기표소 총책임자라는 인물1이 군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문서를 발표했다.2 명부의 부정확성을 인정하면서도 군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광범위한 선거부정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반박한다. 일례로 이번 총선에서 합당한 증거로 선거부정을 신고한 건수는 287건(유권자 94건, 출마자 193건)에 불과했다. 또한 그는 전자정부(e-government)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미얀마의 행정환경에서 향후 어떤 선거에서도 선거인 명부는 시빗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군사정부의 연방선거위원회 위원장도 선거인 명부의 정확도는 3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쿠데타는 왜 발생한 것인가?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군부의 누적된 불만과 기득권 축소에 대한 두려움이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아웅산수찌(Aung San Suu Kyi) 당시 국민민주주의연합(NLD) 당 대표는 대통령, 군사령관과 회동한 뒤 안정적인 정권 이양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웅산수찌와 군부의 협력은 거기까지였다. 2016년 정부 출범 이후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은 군부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결정적으로 NLD는 정치권에서 군부를 배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니 그 첫번째 시도는 개헌이었다. 2020년 3월, NLD는 상·하원 의석 25퍼센트에 할당된 군부 의석수를 향후 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이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헌법 436조에 따르면, 개헌을 위해서는 상·하원 정족수의 75퍼센트가 동의해야 하므로 사실상 개헌은 불가능하고, 실제로 개헌안 투표에서도 찬성표(404표)보다 반대표(633표)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군부에 압박을 주는 동시에 국민에게는 군부의 정치참여가 명분이 없음을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향후 정부에서의 지속적인 개헌 시도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작년 총선에서 NLD의 승리는 기정사실화되었으나 2017년과 2018년 보궐선거에서 NLD가 연거푸 패배했고, 특히 소수종족 지역에서 NLD에 대한 민심은 이반했다. 하지만 선거 일주일 전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자 위기감을 느낀 국민은 NLD를 선택했고, 이에 따라 NLD는 2015년 총선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3 이로써 NLD는 차기 정부(2021~25년)에서 군부를 더욱 압박할 동력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 NLD의 지난 5년이 시행착오의 시기였다면, 향후 5년은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그러나 아웅산수찌와 NLD는 군부가 사활적 이익집단이라는 사실을 순간 망각한 듯하다. 선거부정이라는 군부의 주장은 허울에 불과할 뿐 정작 군부는 그들의 불만을 정부에 토로하면서 정부가 자신들을 예우해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쿠데타 이전 군부와의 회담 중 타협이나 포섭의 미학을 끌어내지 못한 아웅산수찌의 정치적 기술이 아쉽다. 아웅산수찌의 참모와 측근은 군부가 언제든지 정치에 개입할 수 있으며, 퇴로를 열어놓지 않고 이들을 압박만 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것을 진즉 우려했을 것

  1. 미얀마의 투표소 관리 및 참관은 현역 교사가 담당한다. 이들과 함께 각 정당원도 참관인으로 참가할 수 있다.
  2. Lin Htet·Poll Station Teachers, 2020 General Elections: Reflections and Remarks from Poll Stations, n.a., 2021.
  3. 2020년 총선 결과는 다음을 참조하라. 장준영 「2020년 미얀마 총선 분석과 정치지형의 변화: 여당의 승리와 군부의 견제」, 『동남아시아연구』 31권 1호, 2021.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