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신자유주의, 바로 알고 대안 찾기

 

대안체제 모색과 ‘한반도경제’

 

 

서동만 徐東晩

상지대 교수, 정치학. 주요 저서로 『북조선사회주의 체제성립사 1945~1961』 『한반도 평화보고서』(공저), 역서로 『한국전쟁』 등이 있음. suhdm12@sangji.ac.kr

 

 

1. 대안체제의 모색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에 관심이 집중되며 두 정부 모두 시장주의1 흐름에 대처하는 데서 크게 부족했다는 판단에 많은 논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나아가 진보개혁적인 연구그룹 및 싱크탱크 들에서는 시장주의에 대처하는 다양한 대안체제 모색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색들로는‘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국가론’‘신진보주의국가론’‘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사회투자국가론’‘사회연대국가론’등을 들 수 있다.2 정치적 지형에서 볼 때 이러한 모색은 대체로 민주노동당 지지 내지 여권 지지라 할 수 있으며, 과거 한국자본주의 논쟁의 NL, PD계열의 맥을 잇고 있거나 그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표방한다고 하겠다.

앞의 논의들 가운데 남한경제만을 독자적 단위로 설정하는 일국적 모델이 세가지로 다수를 이루며, 그 속에서 남북관계의 위치는 부차적이다. 그런데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신진보주의국가론이‘한반도경제론’을,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이‘통일민족경제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모델들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서 특히 신진보주의국가론은 한반도경제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가리키는 표제를 모델의 브랜드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내용을 보면 한반도경제론이란 명칭에 걸맞게 체계의 유기적 일부로서 남북경제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오히려 남북경제관계가 신진보주의국가에 접합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느낌이다. 이제 한반도경제론은 겨우 출발한 참이며, 앞으로 진화해가야 할 길이 먼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통일민족경제론이 노동주도형 경제모델 속에서 좀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통일민족경제론이 연방제에 근접한 틀을, 한반도경제론이 국가연합의 틀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통일민족경제론은 적극적인 의욕과 많은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지만 아직 전문적 연구로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이 글에서는‘한반도경제론’을 주된 논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그 명칭에서부터 경제활동 공간을 중심으로‘한반도경제’란 분석틀을 제시한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입장은 백낙청(白樂晴)의‘분단체제론’에 입각한 남북관계의 논리를 토대로 통일과정에서의 남북연합을 상정하고 있다. 이론적인 기반을 보면, 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학의 경제통합론, 신지역주의 국제정치학의 지역협력론, 제도주의 경제학의 체제이행론, 자유주의 내지 비판이론의 국제관계론 등에 입각한 종합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진보학계의 성향은 경제관계에서는 편차가 있으나, 정치관계에서는 한반도 평화 및 남북 화해·협력의 기조에 거의 이견이 없는 듯하다. 남북경제관계나 남북경제통합을 다루지 않은 모델들도 적어도 한반도 평화를 스스로가 지향하는‘일국적 모델’이 실현되는 데 핵심적인 여건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또한 일국적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논리 가운데 일부는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이나 신진보주의국가론보다도 남북경제관계와 더욱 친화적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3

 

 

2. ‘한반도경제론’의 과제

 

앞에서‘한반도경제론’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는 했지만, 이 입장은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반도경제론이란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이론적 체계나 인식적 전제를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한반도경제론은 이론틀로서 분단체제론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분단체제론의 경제적 측면, 즉‘분단경제체제론’내지‘분단체제 자본주의론’이 빠져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4

분단체제론의 논리는 세계체제, 남북 각각의 두 체제, 이를 매개하는 분단체제 등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차원에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주된 관심사는 정치적 분야였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핵문제의 획기적 진전이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분단체제론이 경제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의적절한 과제이다.

분단경제체제론 내지 경제분야의 분단체제론은‘분단환원론’으로 흐르지 않는 선에서 분단에 따른 남북의 역사적 경제발전 경로를 분별해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것은 경제사적인 사실 확인 및 인과관계의 정리이지만, 총체적인 차원에서 분단에 따른 희생 또는 비용을 따져보는 일이다. 해당 시점에서 일국적 경제발전을 극복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것도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향후 평화통일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정치전략과 유기적 연관 속에서 남북의 경제적 연계를 복원 및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분단경제체제론의 토대로서 특히 중시되어야 할 학문분야는 지리학이며, 생태학은 이와 중첩되면서 새롭게 결합되어야 할 인식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우선 분단된 남북에서 한반도로 경제적·정치적 공간을 확대하는 데 따르는 남북의 연계에 담아야 할 구체성은, 지리학(정치·경제·사회·문화·지역적 차원)의‘복권’에서 찾아야 한다. 분단이란 가장 원초적으로는 남북의 지리적 분절이며, 일국체제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끔 분단이 체제화됨에 따라 사회과학도 일국적인 학문이 되어왔다. 이 점에서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분야가 지리학이며, 분단체제하에서 가장 낙후된 사회과학분야가 된 것이다. 한국 경제학에서 지리학적 사고가 제 몫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

  1. 이 글에서도 신자유주의보다 시장주의 내지는 시장만능주의란 용어를 쓰기로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으로는, 김기원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시장만능주의인가」, 세교연구소 심포지엄‘신자유주의시대, 대안은 있는가’(2007.7.13) 발제문 참조(본지 이번호 특집에 수록됨-편집자).
  2. 한겨레신문이 진보학계의 대안모델 모색들을 기획연재로 정리·보도했으며, 이 글에서도 이를 토대로 다루기로 한다. 이들 내용을 볼 수 있는 저작으로는, 신영복·조희연 엮음 『민주화-세계화‘이후’한국민주주의의 대안체제 모형을 찾아서』(함께읽는책 2006),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한반도경제론: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서』(창비 2007), 박세길 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시대의 창 2006), 진보정치연구소 『미래공방』 2007년 3-4월호, 임채원 『신자유주의를 넘어 사회투자국가로』(한울 2006) 참조.
  3. 이정우(李廷雨)는 유럽형 사민주의 모델이 한국경제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서 남북문제의 해결을 감안할 때도 정치지형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정우·최태욱 「도전인터뷰: 한국사회, 시장만능주의의 덫에 걸리다」 『창작과비평』 2007년 여름호.
  4. 박현채(朴玄埰)의 민족경제론은 분단경제의 극복을 통해 통일민족경제를 지향한다는 전제하에 분단경제를 체계 안에 포함하려는 의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학문적 체계로서 갖추어져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유일한 연구로 재일동포 학자 정장연의 작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鄭章淵 『韓國財閥史の硏究: 分斷體制資本主義と韓國財閥』(東京: 日本經濟評論社 2007). 정장연은 남북의 경제적 단절 외에 식민지시대에 형성된 일본과의 경제적 분업관계의 단절도‘분단체제 자본주의’ 형성의 핵심적 계기로 본다. 그러나 정장연의 작업도 남한경제에 한정된 시작단계에 있으며, 북조선 경제발전까지 포함하여 남북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