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인공물과 관련된 대형사고는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건축물 붕괴, 항공기 추락, 여객선 침몰, 대형화재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사례들이 종종 언론지상을 장식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사고에 대한 인식은 아직 해묵은‘인재(人災)’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형사고와 관련된 기술 그 자체는 문제가 없으며 그것을 다루는 인간과 조직이 언제나 문제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는 대형사고가 생길 때마다 거기 개입한 모종의‘비리’나 치명적인 사람의‘실수’를 찾아‘상 줄 놈’과‘벌 줄 놈’을 가리는 희생양 찾기에 몰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