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최원식 崔元植

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

 

 

동방일사(東方一士)를 추모함

야스에 료오스께 『칼럼으로 본 일본 사회』, 소화 2000

 

 

지명관(池明觀) 선생이 손수 편역한 고(故) 야스에 료오스께(安江良介) 선생의 칼럼집이 한림신서로 출간되었다. 『세까이(世界)』 편집장으로서, 그리고 이와나미(岩波)서점의 사장으로서, 일본사회의 타락에 길항하면서 한국의 긴 반독재투쟁의 가장 미쁜 해외지원자 역할을 감당했던 그의 부재는 이시하라 신따로오(石原愼太郞)의 희극적 망언이 연발되는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더욱 그 존재를 강력히 환기한다. 나는 선생을 한번 뵈었다. 한반도의 통일과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깊은 관심 덕분에 오히려 한국정부로부터 반한·친북 인사로 분류되어 입국이 금지되었던 그는 1995년 마침내 한국을 처음 방문하였다. 바쁜 일정을 나눠 백낙청 선생을 만나러 창비에 들렀을 때 나도 말석에 끼여 그를 직접 대면하는 드문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한국의 군사독재정권과 일본 자민당의 유착으로 특징지어졌던 불행한 한일관계를 넘어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려 한 그의 포부는 그러나, 이듬해 병마에 잡혀 1998년 벽두, 끝내 기세(棄世)함으로써 멈칫하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