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평화체제와 평화운동(21세기의 한반도 구상 2)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과 북일관계

 

 

강상중 姜尙中

일본 토오꾜오대학 사회정보연구소 교수. 저서 중에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가 국내에 소개돼 있음.

ⓒ 姜尙中 2003/한국어판 ⓒ 창작과비평사 2003

 

*이 글은 『日朝交涉–課題と展望』(姜尙中·水野直樹·李鍾元 編, 岩波書店 2003)에 수록된 「北東アジア共同の家に向けて」와 최근에 이루어진 필자와의 대담을 묶어 편집한 것이다.

 

 

위기의 갈림길에서

 

북미관계는 미군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 1993년경의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테러리즘과 압제자로부터 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제 공격’(preemptive attack) 독트린을 선언한 2002년 9월의 ‘국가안전보장전략’에 의하면, ‘핵동결 해제’를 선언(2002년 12월 12일)한 ‘불량국가’ 북한(원문에는 ‘북조선’과 ‘한국’이라고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각각 ‘북한’과 ‘남한’으로 번역함–옮긴이)에 대해서 정밀조준폭격을 가할 공산이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정권은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부정하고, 당면의 외교적 노력에 의한 평화해결을 제시하면서, 대(對)이라크와는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영변에 있는 주요 핵시설의 봉인 해제를 완료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핵개발을 둘러싼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듯하다.

미국 의회에서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대한 출자 정지와 더불어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면서, 합의의 이행과 핵무기 개발계획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형식으로 포기할 것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상호불가침과 현체제의 유지와 존중의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사이에 전면충돌의 가능성마저 예측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북미의 전면대결은 남한은 물론 일본도 가장 걱정하는 일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남한은 2000년 6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키고, 일본은 2002년 9월 17일의북일정상회담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북일 국교정상화는 북한 내의 개혁과 개방을 촉구하는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는 ‘납치문제’만 부각되면서 일본 국내여론이 경색되어, 교섭 그 자체는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그래서 지금은 북일 국교교섭의 좌절을 계기로, 북미관계는 서서히 동북아시아(원문에는 모두 ‘북동아시아’라고 되어 있으나 ‘동북아시아’로 바꿈–옮긴이) 전역에 걸친 안전보장상의 위기로 치닫는 중이다.

이와 같이 상황파악을 하는 한, 안이한 낙관론에는 전혀 전망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과거의 위험한 상황으로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첫째로 남한 내의 변화이다. 현재 남한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공전의 반미시위가 확산되어, 부시정권 내의 강경파도 그것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미 새로운 대통령이 된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은 김대중정권의 ‘포용정책-햇볕정책’의 계승을 표방하고, 그 위에 한미간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시정하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남북관계를 시야에 넣는 더욱 통합적인 민족주의를 자극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자세를 견제하는 흐름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살상무기의 파괴를 목적으로 한 북한에 대한 미군의 정밀조준폭격이라는 ‘최후의 선택’도 남한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런 의미에서 군사적인 선택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미완의 포용정책’은 노무현정권의 탄생으로 인해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막다른 길에 들어선 북미와 북일 관계 안에서, 남북관계가 다시금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한·미·일 3국의 보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북한의 ‘고등전술’에 말려들 빈틈을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이 ‘포용정책’의 계승을 주장하는 새로운 정권과 제2차 정상회담에 과감히 나와, 국면 타개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김정일 총서기의 남한 방문이 실현되면 한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두번째, 2001년의 ‘9·11’ 이후 부시정권이 ‘악의 축’에 대한 군사력을 동원한 ‘위협’전술에 변화가 생긴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주요 미디어가 이라크에서도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대규모 핵시설 건설이 밝혀졌다고 보도하고 있어, 부시정권은 전지구적인 대(對)테러 전쟁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대응에 급급한 처지에 놓였고, 그 ‘전술’에 대한 실질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반도에서 부시정권은 평화적인 외교수단을 통해 관계국과의 협의에 의한 문제해결을 꾀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방침은 더욱 현실감을 띠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번째, 과열된 ‘납치문제’ 보도에서 외교의 리얼리즘조차도 잃고 만 듯한 일본이지만, 여론과 미디어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나고 있으며, 북일 국교교섭의 진전을 바라는 60%에 가까운 여론의 목소리가 다시 교섭 재개를 위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납치문제’만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싼 안전보장상의 위험이 본격화하면 ‘제2차 한반도 위기’ 상황이 더욱 절박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고, 그때는 교섭 재개의 기운이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이상의 세 가지 새로운 사태를 예상한다면 벼랑끝 위기는 동시에 문제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북일 평양선언은 이같은 돌파구의 토대가 되는 선언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두 나라 사이의 선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전후(해방 후) 동북아시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북일간 국교정상화 과정이 이 지역의 다국간 협의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음을 밝힌 획기적인 문서이기 때문이다. 선언을 부연하자면, 한반도의 평화적인 공존과 통일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신뢰구축을 통해서 실현됨과 동시에 역으로 지역적인 안보와 평화는 한반도의 안정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내외에 밝혔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일간의 국교교섭은 북일 두 나라 사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와 북미협상, 그리고 중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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