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동북아경제중심’의 가능성과 문제점(21세기의 한반도 구상 1)

 

동북아중심 구상의 재검토

 

 

김원배 金原培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하와이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 역임. 현재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서로 『동북아 협동적 지역개발의 사례분석과 이론모색』 『21세기 동북아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전략』 등이 있음. wbkim@krihs.re.kr

 

 

재검토의 필요성

 

2002년 정부가 내놓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은 노무현정부가 들어서면서 개념적 차원에서 다소 혼란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 중심국가’에서 ‘경제중심국가’로, 다시 ‘경제중심’으로 용어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작년 재경부 주도하에 동북아 구상을 작성할 때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동북아 구상과 같은 국가의 장기전략이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심도있는 토론 없이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일정과 연계하여 다소 조급하게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여러가지 차원에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북아 구상의 핵심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중심의 성격과 내용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1 중심의 성격과 관련해 정부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유리한 지경학적(地經學的) 입지를 활용해 동북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기회를 한국으로 흡수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한국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어떻게 연대·협력하고 동북아의 주요 거점지역들과 어떠한 분업구조를 갖출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상에서는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일반적인 동북아 협력전략만이 포함되어 있어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심의 내용에 있어서도 물류, 다국적기업 지역본부(최근에는 연구개발), 금융을 포괄하고 있으나 각각의 기능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 개념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동북아중심의 성격과 내용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동북아 중심인가 거점인가

 

동북아의 지리적 범위는 논자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체적으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북한, 러시아의 일부와 몽골을 포함한다.2 인구와 경제규모, 군사력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중심을 자처하는 것은 수긍할 수밖에 없다.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동북아의 신질서 형성에서 중국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나름대로의 틈새를 찾지 않으면 주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논자들이 한국의 활로 모색을 위해 동북아 거점전략을 주장해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3 일본의 1/11, 중국의 2/5에 해당하는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 간의 경쟁과 협력, 그리고 이들 양국과 북미 및 유럽 간의 경제교류에서 발생하는 중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틈새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체제이행기에 있는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어 한반도의 통합과 동북아 신질서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한국은 러시아와 여타 동북아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중개하고 활용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틈새전략의 첫번째 준거는 동북아에서의 지리적 위치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는 우리에게 많은 시련을 가져다준 것이 사실이지만, 역으로 그만큼 우리가 처한 지리적 위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틈새전략의 두번째 준거는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중간적 위치이다. 한국은 경제발전 수준에 있어 일본과 중국 및 기타 체제이행국가의 중간에 있다.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소극적인 정책을 펼칠 때 약점일 수도 있으나,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수행할 경우에는 강점이 될 수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일본보다 한국을 더욱 가깝게 여기고 있고, 일본은 중국보다 한국을 가깝게 여기고 있어 매개와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세번째 준거는 비교적 양호한 교통통신 기반시설과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잇점이다.

요약하면 동북아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지경학적 공간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힐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협력체계를 더욱 능동적으로 구축해나가야만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협력체계란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다중심(多中心)과 다주변(多周邊)이라는 네트워크 체제를 상정하고 이에 부응하는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후술할 중심지의 내용에서 논의되겠지만,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부문 또는 기능에서 주변지역과 상호의존성을 심화하면서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해나갈 때만이 한국의 중심성이 확보될 수

  1. 중심의 성격과 내용 그리고 대외협력전략 외에도 전면적 개방이냐 혹은 부분적 개방이냐의 선택, 중심지 개발에 대한 재원조달 등이 정부의 동북아 구상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2. 협의의 동북아는 중국 동북 및 화북지역과 몽골, 러시아 극동, 한반도 및 일본으로 정의되며, 주로 일본에서 이러한 지역범위를 채택하고 있다.
  3. 남덕우 전총리나 김재철 무역협회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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