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동북아 군비경쟁과 국제시민사회

 

 

정욱식 鄭旭湜

평화네트워크 대표. 저서로 『21세기의 한미동맹은 어디로?』 『핵무기: 한국의 반핵문화를 위하여』(공저) 등이 있음. wooksik@gmail.com

 

 

1. 동북아지역의 군비경쟁 격화

 

21세기 들어 전지구적 군비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군사비 총액은 무려 45%가 늘었다.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경제난과 기후변화, 빈곤과 질병, 식량과 물 부족으로‘인간안보’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은‘국가안보’를 미명으로 군사비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다. 동북아는 바로 그 중심에 있다. 6자회담 참가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2008년 한 해에만 쓴 군사비 합계가 97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군사비의 70%에 육박한다. 비록 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미국의 군비증강의 중요한 원인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안보의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시키고 있고 이것이 중국 등 동북아 국가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개발 못지않게 6자회담 참가국 모두의 군사비 지출과 군비경쟁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군비경쟁은 상호 불신과 안보딜레마를 격화하면서 동북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유사시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첨예해지는 군비경쟁은 이미 21세기 국제질서의 핵심변수로 등장한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미·러간의‘제2의 냉전’도 재촉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중일, 한일, 한중관계 역시 군비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내지 못하고 있다. 군비경쟁은 이러한 양자관계뿐만 아니라 미일동맹 대(對) 중러협력체제 혹은 한·미·일 남방 3각체제 대(對) 북·중·러 북방 3각체제 사이의 군사적 대결구도를 재촉하는 물리적 이유가 된다. 아울러 막대한 예산이 소모적인 군비로 낭비됨에 따라 환경, 복지, 교육 등 각국 내부와 지역적·지구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예산상의 제약을 가져온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동북아 군비경쟁이 각국의 안보딜레마를 심화하고, 이러한 안보딜레마가 또다시 군비경쟁을 격화하는‘악순환’이 구조화된다는 점이다. 안보딜레마의 정의를 “자신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자신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라고 할 때, 안보딜레마가 반드시 군비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보딜레마를 느낀 행위자가 자신의 추가적인 군비증강이 군비경쟁을 격화해 자신의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하면, 자제나 협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북아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되어왔다. 상호 불신과 군비경쟁이 잉태해온 안보딜레마가 군비증강 노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온 것이다. 특히 외교적으로는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도‘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군비증강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동북아 6개국이 정도와 성격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양면전략’(hedging strategy)을 외교안보전략의 근저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는 대단히 복잡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 분위기,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갈등관계의 부활, 동북아 역내국가들 사이의 역사와 영토문제, 중·일간의 라이벌 의식, 각국 내부에서 점증하는 민족주의 경향, 대만문제가 상징하듯 내부와 외부의 모호한 경계,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성장으로 군비증강에 필요한 물적 토대 확보,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쎄스에 대한 주변국들의 동상이몽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특히 국가 내부의 정당성 결핍에 따른 내부의 불만을 외부를 향한 대결적 자세로 상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는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종식할 수 있는 환경이 대단히 열악함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동북아 평화의 앞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군사패권주의’를 추구한 부시 행정부가 퇴장하고‘다자간 협력’을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가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동북아를 포함한 전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군사비 동결과 군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역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면서, 일방주의와 군사동맹으로 점철된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동북아 평화군축으로 이어질지는‘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바로 여기에 국제시민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할 까닭이 있다.

 

 

2. 군사비 폭등과 군비경쟁 격화

 

얼마나 써왔나

동북아 군비경쟁의 양상은 6자회담 참가국들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군사비 지출 추이에서 잘 나타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08년 연감에 따르면, 2007년 세계 총군사비는 2005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1조 3990억달러로서 10년 전보다 45%나 늘어났다.1 미국이 45%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중국 5%, 일본 4%, 러시아 3%, 한국 2% 등이고, 이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북한은 0.3% 수준이다. 그러나 SIPRI의 경우 중국, 러시아의 군사비를 그 나라 정부의 발표치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이들 국가의 실질 군사비는 정부 발표치의 1.5~2배 정도 된다. 이에 따라 2007년 동북아 6개국의 군비지출은 1990년대 중반보다 2배가량 높아졌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전세계 군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 수준에 도달했다.

 

군사비

 

이처럼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사비 비중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국에 있다. 2001년 출범과 함께 군사비를 대폭 늘려온 부시 행정부는 2003년 4500억달러, 2005년

  1. http://yearbook2008.sipri.org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