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주하림 朱夏林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wngkfla@hanmail.net

 

 

 

레드 아이

 

 

무릎에 생긴 멍이 어느날 눈동자가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도중 엄마의 남자와 작은 목소리로 다툰 날이었고

결혼을 앞둔 남자가 폭염을 만들어낸 날이었습니다

어둠이 원치 않은 곳에서 서서히 눈 뜨는 동안

싸움을 말리던 아버지가 멜빵차림 어린애로 변하고

친구가 나의 미래를 헐뜯다 떠났죠 마을 뒤 작은 언덕을

끝없이 달리고서야 눈의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동네 안과에 찾아가 피가 뚝뚝 흐르는 무릎을 올려놓습니다

입이 세개인 것보다 낫지 않나요 당신은 치료를 원합니까

눈이 영영 사라지길 비나요 아니면 눈과 무릎이 조화롭게

공생하길 바라나요 이제 막 꿈틀거리는 눈을 붕대로 칭칭 감고

간호사는 그 위에 입술을 그려넣었습니다 세개의 입을 달고,

나는 계절이 지날 때까지 비난 속에 살 것임을 예감했죠

눈이 처음 건넨 말은 불을 꺼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곧

돌멩이와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의 일대기를 꺼내놨죠

왜 나의 눈이 세상의 정물을 칭찬하며 우물쭈물 입을 엽니까

한몸이 되려고 울퉁불퉁 시간 위를 견디었다 말하지 못합니까

서로 같은 방향을 보기 위해 멍자국이 새카맣게 쏠린 것이라고

왜 그 결심은 나를 흔들며 무섭게 설득시키지 못합니까

바다 일몰을 보고 싶다는 마지막 청이 떨어지기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