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록산 게이 『헝거』, 사이행성 2018

‘사후적’ 언어로부터 도래하는 진실과 정의

 

 

이정숙 李貞淑

현대문학 연구자 punky5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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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이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사례들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주의는 너무나 자주 진실을 억압하는 시시비비 프레임에 잠복해서 많은 폭력/성폭력의 ‘희생자’들이 침묵하는 쪽을 택하게 만든다. 『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노지양 옮김)은 이 침묵이 몸에 남긴 역사에 대한 증언이다. 1974년생인 저자 록산 게이(Roxane Gay)는 평생 가족에게까지 숨겨온 성폭력 사건을 털어놓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몸이 초고도 비만이 되기까지 거쳐온 변화에는 긍정적인 자기이해를 박탈당해온 정체성의 역사가 있음을 고백한다.

고통을 기록한 책을 읽을 때마다 발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