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경욱 金勁旭

1971년 광주 출생. 1993년 『작가세계』로 등단. 소설집 『베티를 만나러 가다』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편 『모리슨 호텔』 『황금 사과』 등이 있음. zen-22@hanmail.net

 

 

 

맥도널드 사수 대작전

 

 

평양의 맥도널드 매장에 어젯밤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폐점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누전 때문일 공산이 크지만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감식반의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으며, 지난주 개성의 맥도널드 매장에 발생한 화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공식 입장이었다.

 

내가 스무살이 되던 해의 봄, 세상은 뭔가를 지키기 위해 분주했다. 누군가는 투기성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만연한 학원폭력으로부터 자식을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신자유주의의 칼바람으로부터 생존권을 지켜야 했고 또 누군가는 백년 만의 폭설로부터 도시의 간선도로를 지켜야 했다. 그해 봄은 지켜야 할 뭔가를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척척 안겨주었는데 우리들이 지켜야 할 것의 목록에는 심지어 ‘독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우호적인 주주들을 끌어모아야 했고 학교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했으며 생존권 사수라는 글이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농성해야 했고 사라진 길 위에 밤새 염화칼슘을 뿌려야 했으며 무엇보다 성난 얼굴로 일본대사관 앞으로 달려가야 했다. 전쟁처럼 소란스럽고 잔인한 봄이었다.

스무살이 되던 그해 봄, 나에게도 ‘사수’해야 할 것이 몇개 있었다. 장래가 불투명한 남자친구의 폭발 직전의 성적 욕망으로부터 순결을 사수해야 했고, 좀체 원망의 대상을 찾을 길 없는 아버지의 실직에서 비롯된 영락으로 파탄에 직면한 가정을 돌봐야 했다. 그리고 실체가 불분명한 위협으로부터 맥도널드 매장을 지켜야 했다.

하나같이 사수하기에 만만치 않은 것들이었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반드시 지켜내야 했다. 지켜내서 나라는 존재가 아주 쓸모없지는 않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그해 봄 내가 새끼 밴 고양이처럼 독기를 품은 채 지켜내려 했던 것은, 거추장스럽기도 했던 순결과 있으면 성가시고 없으면 아쉬운 가정과 하나쯤 사라진다 해도 표도 나지 않을 다국적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라 안락한 미래와 교환될 수 있는 나의 ‘가치’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몸값’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용돈이나 벌 요량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내가 맥도널드 매장에 매일 출근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실업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두번짼가 세번짼가 큰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관리부장이었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연말 성과급이 얼마인지 보너스가 있는 달이 언제인지가 중요할 뿐 그 회사가 어떤 부품을 납품하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어쨌거나 모든 일은 아버지의 회사가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비롯됐다. 원자재 가격상승 압박 때문에 생산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데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공장의 중국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경영진이 전격 발표했다. 중국 이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경영진의 설명은 그러나 두 아이와 아내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 아버지의 고용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당최 남을 탓하는 법이 없던 아버지는 중국어를 미리 배워두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지만 온순한 자책은 만시지탄을 면치 못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던 아버지도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얼굴을 구긴 채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곤 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아버지의 분노가 겨누고 있는 대상은 모호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실업이 특정한 개인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잘난 체하는 남동생이 말했다. 술 취한 아버지는 할 수만 있다면 그 ‘구조’라는 것의 면상을 한방 갈기고 싶었겠지만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그 ‘구조’의 얼굴을 봤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실직 후 아버지는 종종 인천공항에 나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망연히 바라보다 오기도 했다. 세탁기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천공항행 리무진버스 시간표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려지지 않았을 아버지의 기행(奇行)은 가족들에게 꼬리가 잡힌 이후에도 좀체 끝나지 않았다.

“공항엔 뭐 하러 나가세요?”

내가 어느날 물었다.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그때 아버지의 표정은 정말 편안해 보였는데 이륙하는 비행기를 상상하는지 이륙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자신을 상상하는지 분별할 수 없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충분한 김포공항을 마다하고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나 가야 하는 인천공항을 굳이 고집한 걸 보면 아버지는 중국에 가면 그 ‘구조’라는 것과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직은 거대한 파국의 전조에 불과했다. 실직과 동시에 평생의 운이 다한 것처럼 아버지의 삶은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주식으로 퇴직금을 야금야금 까먹더니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얻어 야심차게 개업한 전기구이 통닭집은 조류독감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팔리지 않는 통닭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거듭되자 나는 달걀만 봐도 구역질을 했다. KFC 매장에서 일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던 나날이었다. 닭들이 집단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자연재해였으므로 이번에도 아버지는 원망의 대상을 쉬이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파트마저 경매에 넘어갔지만 아버지가 재기를 도모할 의욕마저 상실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남동생은 고등학교 졸업장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입대해야 했고 엄마는 함께 꽃구경 단풍구경 다니던 친구들에게 정수기를 팔러 다녀야 했으며 나는 학업을 중단하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했다. 아버지는 뜸해진 공항 나들이를 다시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아버지가 중국으로 밀항하는 꿈을 꾸곤 했다. 꿈에서 깨어나면 속셈을 들켜버린 아이처럼 얼굴을 붉혔다. 경제적 능력은 상실했지만 가장으로서 아버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마땅했다. 적어도 내가 결혼식장에 입장할 때까지는 말이다.

휴학신청서 사유란에는 중국 어학연수라고 적어넣었다. 아침에 매장의 문을 열고 영업준비를 도맡아하는 메인을 하겠다고 하자 평소 나에게 치근덕거리던 매니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고 쳤냐?”

기분이 상한 나는 대답했다.

“애를 지워야 하는데 수술비가 없어요.”

매니저는 벌레 씹은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어버렸다. 메인을 맡기 위해 매니저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다. 오전에 학교에 가야 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들은 애당초 엄두를 낼 수 없을뿐더러 갖은 허드렛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궁하지 않으면 가급적 피하려는 직책이었다. 그리하여 아르바이트 삼아 주중 3일만, 그것도 내 스케줄에 맞춰 짬짬이 근무하던 나는 매일 아침 꼬박꼬박 매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비정규적이던 나의 노동이 본의 아니게 정규적이 된 것이다.

 

정규적인 노동의 강도는 내 각오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여덟시까지 출근하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재료를 싣고 오는 차를 맞는 날에는 그보다 한 시간 일찍 나가야 했다. 차는 일주일에 세 번 다녀갔다. 매일 오는 것이 아니므로 한 번에 받아야 할 재료의 종류와 양은 많았다. 양상추부터 콜라시럽까지 매장으로 옮겨야 할 재료들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빵이나 쇠고기 패티 같은 것들은 그럭저럭 옮길 만했으나 콜라시럽처럼 액체 상태인 것들은 몹시 무거웠는데 심지어 썬데이믹스는 한 통에 10리터나 나가기도 했다.

재료 운반이 끝나면 전날 클로징 담당이 분리해서 세척해놓은 조리장비들을 조립하고 주방과 로비를 청소하고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을 취하는 크루룸을 정리했다. 이 모든 것을 끝내야 비로소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 뉴욕에서도 뻬이징에서도 모스끄바에서도 이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하루에만 전세계에서 4천3백만명이 드나드는 이 패스트푸드점의 영업준비는 인종과 언어를,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단일한 과정으로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성별과 나이와 계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고객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균일한 맛의 햄버거를 먹고 역시 성별과 나이와 계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뒤처리를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했다. 햄버거를 먹고 나면 빌 게이츠도 실업자인 아버지도 스스로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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