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모래 속에 흐르는 시간

염무웅 평론집 『모래 위의 시간』, 작가 2002

 

 

황현산 黃鉉産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 septuor@hananet.net

 

 

염무웅(廉武雄) 선생의 새 평론집을 읽으며 품게 되는 감정은 예사롭지 않다. 저자가 군사독재시대인 60년대부터 이른바 세계화의 시대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여러 중요한 고비에 이정표를 세우듯 발표했던 이 평문들은 특히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작품에 눈을 터주고, 생각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삶의 여러 지경에서 지혜와 용기를 주었던 글들이다. 게다가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평론집은 여러 지면을 통해 수시로 발표되긴 하였으나 그의 개인 평론집에 수록된 적이 없는 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오랜 독자들은 그 글 한편 한편에서마다 마치 잃어버렸던 가형(家兄)의 편지를 다시 발견한 것처럼 이상한 감회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래 위의 시간”이라는 이 평론집의 제목이 또한 이 감회를 더욱 깊게 한다. 저자 자신은 “한 인간의 일생이 집념과 열정, 좌절과 환멸로 점철되는 시간의 파괴적인 리듬 안에서 진행되듯이 그의 이상과 고뇌가 녹아든 작품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