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정수일 역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학고재 2004

문명교류사의 뒤안길

 

 

이종철 李鍾徹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철학과 교수 jclee@aks.ac.kr

 

 

왕오천축국전

“번역은 고단수의 창작이며, 번역 없는 학문이란 있을 수 없다. 번역 일반이 그러하거니와, 원전 번역, 그것도 역주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만큼 번역은 어렵지만 중요하다.한권의 원전번역이 수백편의 논문보다 학술적 가치가 더 높으며, 그 수준은 역자의 학문적 자질과 직결된다.” 정수일(鄭守一) 역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역주자 서문」에 나오는 구절로 역주작업에 임하는 본인의 마음가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가슴 깊이 파고드는 육중한 울림이 있다.

행색과 주변 분위기가 서로 어그러질 때 쓰는 ‘갓 쓰고 말 탄다’는 옛말이 있다. 학계의 일각에서 ‘학제간 연구’가 마치 우리가 살길인 것처럼 야단법석 떨 때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곤 한다. 내가 나약한 냉소주의자라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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