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단호하게 시작한다. “독일의 주택체제를 한국 상황과 맞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롭다.”(29면) 외국에서 얻은 단편적 교훈을 한국에 단순 적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또는 정확한 이해)를 자주 받는 처지에서, “주택 문제처럼 복잡하고 경로의존성이 큰 문제는 외국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해법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저자의 생각은 서늘하고도 반갑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다른 사례나 역사를 살피는 효용은 무엇일까. 가끔 닥치는 허무함을 이겨낼 비결을 저자는 이어서 제시한다.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해법이 있으며 그것이 계속 변화한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그리하여 그 앞에서 좀 더 의연해지도록 하는 것”(30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