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에 군사기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유럽 중남부 지역의 옛 로마군 주둔지 유적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고대 유럽의 로마제국은 리메스(Limes)라는 이름의 북방 경계선 곳곳에 군 주둔지를 건설했다. 제국의 보위를 책임졌던 이 첨병기지들은 때로 2천년의 세월을 뚫고 그 흔적을 드러낸다. 로마제국 흥망사가 보여주듯, 제국의 발전과 유지의 토대는 단순히 경제나 동맹만도 아니고 군대규모나 무기기술만도 아니다. 군사제국으로서의 세계제국은 군사기지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했으며 그곳 인간들의 삶에 깊은 낙인을 남겼다. 기지야말로 제국의 구체적 현실이었고 현존적 권력이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세계 지배와 점령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관심이 시종 높았다. 그럼에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