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문재인정부 100일을 평가한다
강문대(姜文大)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저서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가 있음.
김연철(金鍊鐵)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저서 『협상의 전략』 『냉전의 추억』 등이 있음.
이철희(李哲熙)
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 저서 『이철희의 정치 썰전』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등이 있음.
장윤선(張允善)
오마이뉴스 기자. 저서 『소셜테이너』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공저) 등이 있음.
김연철(사회) 문재인정부가 8월 17일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습니다.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높은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지만, 인수기간 없이 당선 확정과 동시에 바로 임기가 시작돼 아직은 좀 어수선합니다. 그럼에도 남다른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는 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에 오늘 창비 지면에서의 대화를 통해 정부 출범 100일을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각각 국회, 법조계 및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세분을 모셨습니다.
우선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새 정부의 역사적 과제와 시대적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객관적인 정치적 현실을 같이 고려할 때 문재인정부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핵심적 과제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이철희, 강문대, 김연철, 장윤선 ©이영균
새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이철희 문재인정부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간명하게 표현하면 민주공화정의 온전한 복원이라 하겠습니다. 박근혜정부가 민주공화정이라는 헌법의 골간을 짓밟았기 때문에 촛불혁명으로 탄핵됐지요. 민주공화정이 꼭 정치적인 의미만을 담은 개념은 아니고, 사회경제적인 의미도 포함한다고 봅니다. 쉽게 풀면 결국 함께 결정하고 다 같이 잘살자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먹고사는 문제에 짓눌려 힘들어하던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탄핵을 야기한 근본 동력이었습니다. 물론 촛불혁명이 촉발된 계기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보수정권 9년 동안 민생이 심각한 수준으로 피폐해진 상황이 있었다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이 민주공화정을 되찾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거고 그것이 조기 대선과 문재인정부의 출범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당 기간 정치권력이 워낙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왜곡해왔기 때문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통 행보처럼 정치의 문화행태적 측면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숙제는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해서 보통 사람들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봅니다.

강 문 대 (姜文大)
강문대 비슷한 시각이지만 표현을 조금 달리하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헌법상 국민주권이 선언되어 있는 만큼 그것이 정치를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관철되어야 할 기본 원리여야 하는데, 지난 정권의 행태를 돌이켜 보면 그러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에서도 국민은 사라져버렸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방향에서도 국민들이 배제되었고 나중에는 국민들이 그런 점을 실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국민들 다수가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상황임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이 폭발했던 것이지요. 국민주권을 실현할 때 핵심적인 과제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 여러 구체적인 과제가 있겠지만, 제 관심 분야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현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주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자 그 토대가 되는 부분으로, 현 정부에서 이들 개혁을 나중에 어떤 정치세력도 되돌릴 수 없게 완전한 형태로 구현해야 합니다.
장윤선 추운 겨울날 무려 22주 동안 1700만명의 시민이 주말을 반납하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요.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회복입니다. 1987년 이후에 정치적·제도적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완성됐다고 믿고 살았던 국민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어떻게 우리 민주주의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가, 30년 전으로 후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하는 한결같은 마음에서 전선을 지킨 거라고 봐요. 자연히 문재인정부의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는 촛불이 회복시킨 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하지 않도록 저지선을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시에 ‘오마이TV’가 한주도 빼놓지 않고 집회현장을 생중계했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을 인터뷰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을 원해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대통령 이름 하나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여기 담긴 바람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의 삶을 지금보다 훨씬 낫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공평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상을 수립해야겠고요.

김 연 철 (金鍊鐵)
김연철 세분 말씀에 공통분모가 있네요. 민주주의를 전체 사회를 작동시키는 소통의 절차로 한정하면 새 정부 들어서 절차적인 정당성 문제는 확실히 개선된 듯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탈한 자세나, 토론하고 협의해서 결론을 내리는 리더십의 형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양극화와 불평등 등 민생의 문제, 즉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고, 시간도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의 높은 지지율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세분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오랜 지지율 고공행진의 의미

이 철 희 (李哲熙)
이철희 문재인정부에 주어진 시대과제와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원을 대충 비교해보면 지지율 70%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내려갈 거예요. 그러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느날 푹 꺼지진 않을 겁니다. 관건은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해나가느냐인데, 두가지 기준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리 사회 문제가 5년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10년, 20년 동안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5년 단위로 시야를 좁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정부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두르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풀어낼 수 있는 것부터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합니다. 정치나 개혁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느 것이 우선순위인지, 어디서부터 성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우선순위나 성과를 판별하는 기준은 지지기반을 흩트리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개혁이라는 건 찬반이 있기 마련이고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기 쉽잖아요. 어떤 사안에 반대가 많아지면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고 결국은 전체적인 개혁이 좌절될 수밖에 없어요. 정권의 지속 가능함이라고 할까요, 문재인정부를 넘어 그 이후까지 진보정권을 유지하려면 지지세력을 약화시키는 선택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하나는, 역시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장기적 개혁에 대해 많은 열망이 있지만, 어느 순간 ‘축제’가 끝난 뒤에 내 삶은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면 허탈감을 느끼게 될 거고, 그게 불만과 저항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개혁과제와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곧 출범 100일이 되는데, 물론 100일 동안 지지율을 이 정도로 유지한 것도 대단한 거죠. 그러나 앞으로는 지지율 조정기간을 거쳐서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구도,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다수의 진보연합(durable & stable majority progressive coalition)을 유지하고 확장해나갈지를 이 두가지 기준에서 고민하면서 국정운영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강문대 일단 지금의 높은 지지율에는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행보나 절제된 언어, 진지한 태도, 공감의 표정 같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과제를 국회에 떠넘긴 채 허송세월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해나가면서 신뢰감을 준 것, 그리고 민생을 우선시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집값 안정화 정책, 건강보험 급여 범위 확대 검토 같은 과제들을 먼저 다루어왔지요.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는 기득권 계층과 보수층의 반발을 각오해야 합니다. 지지층 내부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요. 저는 제가 지지하는 정당과는 무관하게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쨌든 대통령이 여러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으니 많은 지지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의견이 대립되는 쟁점들이 제기되는 것 같네요. 우리 민변도 현 정권의 출범을 환영하고 정부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입장으로 청와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