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물리적 도시재개발에서 도시권으로

 

 

김용창 金容倉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지역정책론, 토지주택론. 저서로 『한국의 토지 주택정책』 『공간의 정치경제학』(공저), 논문으로 「신자유주의시대 토지공개념의 재정립 필요성」 등이 있음. kimyc@snu.ac.kr

 

 

1. ‘살’ 권리의 두가지 뜻

 

몇달도 지나지 않아 세인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지만 지난 2009년 1월 20일의 용산사태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사회적 약자에 야수적인 나라인지, 한국 자본주의가 얼마나 천박한 체제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5만 3441m2를 재개발하는 용산 4구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특공대의 충돌로 농성자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여론과 검찰수사는 화재의 직접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공방으로만 몰아갔을 뿐, 잘살자고 한다는 도시개발 과정이 왜 이토록 야만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물음도 대답도 구하지 못한 채 서둘러 종결됐다.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몰려 산다. 수많은 이들이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기에 도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살’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도시화는 자연의 산물인 토지를 상품으로 만들고, 토지이용의 산물로서 수많은 건물을 생산·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도시화는 사고팔고를 반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일 뿐이다.

 

용산참사 현장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공모 당선작 ‘아키펠라고21’ 조감도

용산참사 현장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공모 당선작 ‘아키펠라고21’ 조감도

 

용산참사는 도시공간에서 이러한‘살’권리의 두 뜻이 충돌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용산 철거민들은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한표의 투표권을 가진 주권자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유일한 잘못은 “가진 것은 없지만 이 땅에서 꿈을 품고 희망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가려 한 것 뿐”이라고 외친다.1 그러나 동시에 다른 쪽에는 폭력조직, 삼성물산 등 재벌계열 건설사, 지방자치단체, 지역토건세력이 한데 뒤엉켜 있다. 이들에게 도시는 가능한 빨리 새로운 이윤창출적 거래가 성립하는 공간으로 바꿔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구청, 폭력조직, 재벌건설사, 재개발조합 사이에 이른바‘용산의 사각동맹’이 필요했던 것이다.2

지식정보화의 첨병이고 민주공화국이라는 21세기 한국사회의 도시(재)개발과정이 어째서 이토록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가?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도시를 총체적으로 신상품화하는 도시재생

 

기존 도시공간을 변형하고 재편성하는 것을 가리켜 최근에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은 국가의 도시정책 역사와 지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시장의 힘이 작동하지 않는 도시쇠퇴지역의 경제·사회·물리적 여건을 회생시키려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재개발·재정비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으나 쇠퇴지역의 종합적인 재활성화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시재생정책은 민영화, 규제완화, 기업주의적 도시정치, 민간부동산 주도 개발전략이라는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계층적·인종적 갈등을 유발하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적 이익을 위한 강제수용, 거대자본과 금융자본 중심의 개발방식, 사회적 약자의 배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용어가 무엇이든 실무적으로는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재정비촉진지구 등 매우 다양한 용어와 법제가 관련되어 있다. 일반인은 이해하기도 어려운 체계와 절차 및 기준을 구성해놓고, 현대 도시공간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매일같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표 참조)

자료: 국가청렴위원회 「주택재개발·재건축 분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2006)

자료: 국가청렴위원회 「주택재개발·재건축 분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2006)

2006년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한 주택재개발, 주택재건축, 도시환경정비, 주거환경개선,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 「재래시장 육성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한 시장정비, 「

  1. 조혜원 외 『여기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 삶이 보이는 창 2009. 이 책은 용산지역을 비롯한 철거민들의 구술집으로, 도시재개발의 참담함을 잘 보여준다.
  2. 「용산커넥션: 용산의 사각동맹」, 『한겨레 21』 2009.2.23, 14~19면.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