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미국 분열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美國), 미국(迷國), 미국(未國)

약속, 절망과 위선의 연대기

 

 

이혜정 李惠正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저서 『냉전 이후 미국 패권』 등이 있음.

heajeonglee@gmail.com

 

 

1. 아메리카합중국의 진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에 작년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트럼프(D. Trump)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난입했다.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사망했다.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 J. Biden)은 ‘이건 우리가 아니다’라며 난입 사태를 규탄했다. 그럼 그 폭도들은 대체 누구인가? 외계인이란 말인가? 『뉴욕타임즈』는 그런 위선을 멈추라며 ‘우리는 항상 그랬다’라는 영상 기사를 웹사이트에 올렸다.1 영상은 폭도들이 점거한 의사당 중앙 홀에 걸린 그림들을 비추며 폭력으로 빼앗은 땅에 도둑질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백인의 나라인 미국의 역사에 면면한 선거 폭력과 내전(남북전쟁), 인종차별을 댓가로 해온 연방의 통합을 자성했다.

 

출처: 미 의사당 영선국(AOC) 홈페이지

출처: 미 의사당 영선국(AOC) 홈페이지

 

의사당 중앙 홀에 걸린 그림 중 하나는 대포와 십자가를 배경으로 백마를 탄 백인이 거의 전라의 아메리칸 선주민 여인들과 전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1541년 데쏘또의 미시시피 발견」(Discovery of the Mississippi by De Soto)이다. 이 그림은 미 의회의 요청으로 파월(W. Powell)이라는 작가가 멕시코와의 전쟁(1846~48) 이후 제작하여 1855년부터 의사당에 전시되어온 작품이다. 스페인 ‘탐험가’의 시선에서 이 작품이 재현하고 있는 인종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은 1855년이라는 제작시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

당시 선주민들과 맺은 조약들을 위반한 것은 ‘문명국’ 미국이었다.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 행정부는 1830년 ‘인디언 제거법’( Indian Removal Act)에 근거하여 5개 ‘문명화’된 ‘인디언’ 부족들을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이주시켰다. 특히 체로키족은 미국식 헌법을 갖추고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연방정부와의 조약에 근거한 영토의 권리를 확인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군대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했다. 1838년 그 ‘눈물의 길’( Trail of Tears)에서 많은 체로키족이 희생된 것은 그들만의 트라우마가 아니다. 또끄빌(A. Tocqueville)은 잭슨 시대 미국의 민주주의를 칭송했으나, 백인 남성 정착민 민주주의의 이면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선주민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이다.2

미국정부는 선주민을 몰아낸 땅과 멕시코로부터 빼앗은 땅에 백인 정착민을 ‘식민’했다. 변방의 영토(territory)가 주(state)로 승격되는 조건은 백인의 지배였다. 1848년에 다 같이 미국 영토가 되었지만, 캘리포니아는 금광 발견으로 백인이 몰려들면서 1850년에 주로 승격된 반면 선주민과 멕시코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았던 뉴멕시코와 애리조나는 1912년에야 주가 되었다. 영토 획득은 연방 확장의 기회였지만 동시에 분열의 씨앗이었다. 문제는 건국될 때부터 미국 헌정질서에 각인된 노예제였다. 연방의회는 주별로 동등한 대표권을 갖는 상원과,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되는 흑인 노예를 포함하는 인구비례제 하원으로 구성되었다. 영토의 확대에 따라 노예제의 범위를 확정하는 정치적 곡예는 더욱 위태로워졌고, 멕시코와의 전쟁은 내전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링컨(A. Lincoln)은 1861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개별 주는 연방 이탈의 권한이 없고 연방의 단합을 위해 남부 노예제에 대한 개입을 절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내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전 이후 미국 연방의 통합은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뒤진 공화당 후보 헤이스 R. B. Hayes를 대통령으로 밀어주는 댓가로 남부에서 북군을 철수하고 민주당의 인종차별을 허용한) 선거인단의 ‘1877년 타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정치적 담합의 선구는 링컨이 암살당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이었다. 1867년 존슨에 대한 연방하원의 탄핵은 남부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려는 공화당 ‘급진파’와 이를 막아서던 백인 우월주의자 존슨 간 대결의 산물이었다. 다음해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존슨은 한표 차이로 대통령직을 지켰다.

트럼프는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인하여 존슨에게서 시작된 탄핵의 ‘흑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2019년 12월에 우끄라이나 스캔들—바이든 아들의 비리 조사를 압박하기 위해서 트럼프가 우끄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중단했다는—과 관련한 권력남용과 의회 조사 방해 혐의로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한 데 이어,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2021년 1월 13일에 두번째로 탄핵을 당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존슨이 1869년 후임 그랜트(U. Grant)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한 이래 152년 만에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다.

1월 19일 고별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선거공약에 따라 자신이 이룬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한 성과’들을 나열하고 이러한 운동에 동참해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한편 그가 가장 우려한 것은 ‘미국인들이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신념을 상실하는 것’이었다. 2020년 대선 기간 트럼프는 미국의 기원을 1619년 최초의 노예수입으로 규정하는 ‘급진좌파’의 미국 비판에 맞서 1776년 독립선언에서부터 이어져온 미국의 위대함을 이해시키고 애국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1776 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그의 임기 마지막 날인 19일에 발표되었다.

바이든 취임식을 앞둔 19일 밤 미국 의사당 앞 내셔널 몰에는 아메리카합중국(USA)을 구성하는 50개 주와 6개의 영토를 상징하는 56개의 불빛 기둥이 밝혀졌다. 연방의회에서 표결권을 갖지 못한 6개 단위는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사모아, 괌, 북마리아나 제도, 미국령 버진 제도이다. 이 중 괌, 필리핀과 함께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얻은 영토 푸에르토리코는 애초부터 백인 정착민 식민에 의한 주 승격을 시도하지 않은 지역으로, 대륙 본국과의 무역에 관세를 매기기도 한 특수한 ‘도서지역 영토’ 혹은 내부 식민지였다.3 여러차례의 주 편입 주민투표와 독립운동에도 주로 승격되지도 독립이 부여되지도 않은 채 여전히 미국 영토로 남아 있다. 1954년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운동가들이 미 의사당 하원회의장 방청석에

  1. “Stop Pretending ‘This Is Not Who We Are’,” The New York Times 2021.1.8.
  2. Michael Mann, The Dark Side of Democracy: Explaining Ethnic Cleans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83~98면.
  3. Bartholomew H. Sparrow, The Insular Cases and the Emergence of American Empire,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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