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인터뷰

 

민주노동당은 진보운동의 희망인가

심상정 의원과의 대화

 

 

하승창

chang@action.or.kr

 

 

사진ⓒ이장욱

사진ⓒ이장욱

 

수시로 조도가 변하는 바람에 사진촬영을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녀야 할 만큼 황사가 잔뜩 낀 주말 오후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심상정 의원을 만났다. 곳곳에서 진보진영의 위기론이 터져나오는 요즈음, 우리 진보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핵심인물 중 한명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워낙 바쁜 분이라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막 의원이 되었을 때 한번 만났고, 그후로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말고는 처음 보는 셈이니까 아무래도 지금의 생활이 궁금했다.

沈相螣제17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부대표.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 및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역임.

沈相奵
제17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부대표.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 및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역임.

하승창• 요즘 의원생활이 어떠신지요.

심상정• 솔직히 노동운동할 때보다는 많이 고달픈데요. 반면에 배우는 것은 굉장히 많아요. 아무래도 노동운동을 할 때는 활동공간이 제한되었는데, 국회라는 데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곳이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접촉면이 넓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승창• 2004년 국정감사 때 이헌재 장관이 혼났던 모양이죠? 경제문제에 대한 심상정 의원의 식견이 대단하다고 평가하던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운동을 하는 것과 국정 전반을 다루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고, 그간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느 사이에 그런 식견들을 쌓으셨나요?

심상정• 그 평가에 대해서는 좀 얼떨떨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경제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부족해서 시간만 되면 전문가들을 많이 모셔서 공부했어요. 특히 경제파트 관료들 중에서도 주로 국장, 과장 등 실무 책임자들과 공부한 것이 실물이해에 도움이 된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동자, 서민의 시선으로 국정과 경제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 것이 다른 의원들과 가장 차이나는 부분 같아요. 이헌재 장관이 칭찬 아닌 칭찬을 한 것은 아마 지금까지는 경제관료들의 성역으로만 여겼던 영역에서 공격당했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하승창• 민주노동당에서 심의원의 위치와 그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 이야기도 해보았으면 합니다. 현재 원내의원이 9명이죠. 원내와 최고위원회 사이에 원활한 협조가 되고 있다고 보는지요.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요.

河勝彰 시민운동가.‘함께하는 시민행동’정책위원장. 경실련 정책실장 역임. 저서로 『하승창의 NGO이야기』가 있음.

河勝彰
시민운동가. ‘함께하는 시민행동’정책위원장. 경실련 정책실장 역임. 저서로 『하승창의 NGO이야기』가 있음.

심상정• 당과 의원 간의 갈등문제가 많이 거론되는데 그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입장이나 노선의 문제라기보다 공간이 다르다보니 생기는 인식의 격차 탓이 크다고 봐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원내가 갖는 정치적·조직적 위상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갈등인 거죠.

그전까지는 원내 진출에 대한 당내 논의가 주로 의회주의에 대한 경계에 집중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원내에 들어와보니 제도권을 활용할 역량이나 조건이 안되는 게 더 큰 문제로 대두된 거죠. 예컨대 저는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데 내일 재경위 업무보고 일정이 있으면 오늘밤을 새워서라도 내용을 파악하고 뭐라도 질의할 것을 만들어내야 해요. 그런데 당으로 가면 타임스케줄이 안 나와요. 당에서 여러 정책이나 내용이 지원되면 보좌관들이 그걸 가공해서 원내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당 구조가 이런 원내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그런 소통의 문제, 씨스템의 문제 등이 2년 동안 노정되었고 많이 논의되기도 했어요.

당과 의원단이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성립하려면 의원들의 활동이 당론과 충돌해야 할 텐데요. 전 오히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당론에 지나치게 갇혀 있다는 지적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원들이 당론에 충실하게 복무한다는 것은 당론을 최대한 구체화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시행착오 정도라고 강조하지만 의원들이 지나치게 당론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지적은 의원단이 좀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럴 경우 원내와 원외 사이에 충돌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충돌’이 많아지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획득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길일 것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의제가 양극화와 조세개혁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춤한 감이 있지만 연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감세 논쟁이 치열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대표적인 증세 입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적 혹은 진보적 입장에 있다고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 중에서도 증세보다 조세인프라 개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접세 중심의 조세구조나 높은 세율을 피해갈 수 있는 갖가지 감면제도, 불투명한 세원 등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조세인프라로 인해 세율을 올린다 해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효과 없는 증세보다 조세인프라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심의원의 생각은 어떨까?

 

 

양극화 해소와 조세개혁의 요구

 

심상정• 먼저 조세개혁의 목적이 뭔지, ‘양극화 해소’인지 아니면 ‘조세정의를 바로잡는 차원’인지를 분명히해야 합니다. 조세는 소득에 비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을 보수정치가 독점하면서 고소득층의 탈루가 방조되어왔고 정치적 계기 때마다 선심성 정책으로 조세감면을 추진했기 때문에 세법이 누더기가 돼버렸어요. 따라서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조세인프라 구축과 불필요한 조세지출 정비는 조세개혁의 기본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분적인 조세개혁 수준에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개혁을 거론하려면 조세정의를 바로잡는 수준의 부분적·단계적 접근의 시각이 아니라 근본적인 조세재정개혁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그 방향은 부유층 증세, 즉 직접세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입장입니다. 또 하나의 논점은 방법론에 관한 것인데, ‘부유층 증세’보다 불필요한 선심성 조세감면을 없애는 게 조세저항이 덜하고 관철하기도 쉽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요. 국회에서도 조세감면제도를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거의 안돼요. 면세 대상이나 이유는 아주 구체적이거든요. 대체로 지금까지 보수수구 정치권에 영향력이 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거나 정부정책의 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실시한 시혜성 감면들인데요. 재경위원회에서 조세특례법을 다룰 때 노동자 농민은 국회에 못 들어오니까 국회 밖에서 소리칠 수밖에 없는데, 힘있는 이해집단들은 국회에 들어와서 상임위원장부터 의원들 개개인까지 로비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느낄 만큼 조세감면 축소는 번번이 실패해요. 그에 비해 증세, 특히 소득세·법인세 등 부유층 증세는 전국민을 상대로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쉬울 수 있어요.

그렇다고 증세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요. 알뜰지출에 대한 점검, 조세감면 제도정비와 조세인프라 구축, 부유층 증세 등이 동시적 과제로서 하나의 종합적인 개혁방안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근하면 사안마다 다른 수혜자와 피해자 들의 저항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전술상으로도 효과적이지 않아요.

하승창• 말씀하신 조세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의 정도나 증세의 내용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심상정• 제가 원내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유세 도입을 위한 조세인프라 강화 1단계 법안 10개를 낸 거예요.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종합적인 조세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방향으로 직접세 강화운동을 벌였고요, 그 상징적 표현이 부유세운동입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증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어요. 송영길 의원이 개별적으로 증세법안을 냈는데 그건 당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송의원이 낸 소득세 증세안은 최고구간을 하나 더 설정하는 안인데, 이건 세수가 워낙 적어서 제 법안에서도 검토하다가 뺐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이 올초 조세개혁을 언급했지만, 사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여당은 한나라당과 다름없는 감세론으로 일관했어요. 실제로 2004년에는 전혀 효과도 없이 재정만 축내는 소득세 감세, 특소세 폐지를 정부 발의로 관철시켰죠. 또 여권 핵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정부론을 외치고 다녔어요. 좀 적나라하게 비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동서남북도 잘 분간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청와대에서 양극화 해소를 국정후반기 중심과제로 설정한 후에야 조세개혁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예요. 그리고 검토하더라도 적극적인 조세개혁, 직접세 강화운동으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죠.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는 일은 안하겠다고 하면서 일주일 만에 증세론을 없던 것으로 하고 대신 세출합리화, 탈루소득과세, 조세특례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탈루소득을 막고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알뜰재정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 상시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