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묻는다

 

민중운동과 여성운동

 

 

손낙구 孫洛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교육선전실장. 조선노동조합협의회 교육선전국장,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실장 역임. snk313@empal.com

 

최상림 崔相林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부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노동위원장.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역임. 공저로 『깨어 있는 여성, 당당한 노동자』가 있음. sangrim@kwwnet.org

 

 

발제 1: 손낙구

 

1. 현실의 여성운동 흐름도 상당히 다양할 뿐 아니라, 여연(한국여성단체연합)과 같은 연합단체와 회원조직인 부문단체의 구실도 서로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여성운동이 상대적으로 민중적인 의제들에 대해 둔감하고 중산층 중심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싸잡아서 단정하긴 조심스럽다. 또 민중운동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도 성장 발전단계에서 불가피한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호주제 폐지, 성차별·성희롱·성매매 근절, 보육법 제정 등의 과제는 일반 여성운동의 과제일 뿐 아니라 기층여성운동에도 매우 긴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민중운동과 여성운동의 거리가 그전에 비해 멀어진 것만은 사실이며, 어느새 여성운동은 민중운동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시민운동의 한 영역으로 분류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90년대를 거치면서 군부독재 종식에 모두가 힘쓰던 시대를 지나 민주화가 진전되고 사회의제도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도 성장했고 주력하는 과제도 일반여성을 상대로 한 법·제도 개선을 힘있게 추진하는 등 다양해졌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자·농민 등 민중진영의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력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활동 영역에서는 민중운동과 여성운동의 거리를 좀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상층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해 제도정치권에 진출한 모습은, 여성들의 권리확장을 위한 제도개선 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정책을 펴는 두 정권에 대한 분노로 치닫는 민중운동의 정서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조조직률 상승처럼 다양한 활동의 성과가 구체적인 조직의 확대로 귀결되는 것을 중요한 활동원칙으로 삼는 민중운동의 눈으로 보면, 여성운동이 여성조직화를 위해, 특히 기층여성 조직화를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펼치는지 궁금하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과 오랜 활동경력을 쌓은 개인들의 활약 못지않게 대중적인 여성운동 발전이 어우러진다면 좀더 지속적인 운동의 성장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운동만의 경우는 아니나 1998년 김대중정권이 등장하면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 더욱 분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때로는 견해가 다른 일도 잦아졌다. 2000년 모성보호법 제정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견해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며, 매년 함께 열어왔던 3·8여성대회도 노동계와 여성계가 따로 여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시민적 여성운동과 계급적 여성운동의 분화로까지 해석해야 될지는 모르겠으나, 노동계가 여성노동자 문제를 중심과제로 하는 반면, 여성계는 여성의 사회적 권리확보를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식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2. 민중운동이 사회진보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가부장제적인 문화와 관행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회분야와 마찬가지로 민중운동진영 또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문화와 관행에 푹 젖어 있는 게 사실이다.

노동운동만 보더라도 우선 운동주체 자체가 남성중심이다. 전체 1400여만 노동자 가운데 열 중 넷이 여성이지만 노조에 가입한 160만 노동자 가운데 여성은 30만명을 밑돌고 있다. 남성노동자 조직률은 16%에 이르지만 여성노동자 조직률은 5%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주요 노동운동조직인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전체 조합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이조차도 간부급으로 가면 더 심각해 2001년 기준으로 대의원 가운데 14%, 중앙위원 가운데 6%만이 여성이다. 임원 9명 중 여성은 ‘어쩌다 한명’ 꼴이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남성이 중심이 되어 남성에 익숙한 방식으로 활동한 게 지난 10여년의 민주노조운동이라 하겠다. 특히 여성노동자 열 가운데 일곱이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대기업 정규직이 중심이 되어 대기업 정규직에 익숙한 방식으로 활동해온 노동운동으로서는 여성노동자 문제를 대변해 활동하는 데는 명백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된 활동에서 여성·비정규직 등 소외된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왔을 뿐 아니라, 조직